한국일보

한인은행 주식 ‘날개 없는 추락’

2018-10-24 (수) 12:00:00 조환동·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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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최고점 대비 20~35%나 떨어져, 경영진 전문성 부족·영업구조 등 원인

▶ 월스트릿, 보류 또는 처분 권고로 선회

한인은행 주식 ‘날개 없는 추락’

23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중개인이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

한인은행 주식 ‘날개 없는 추락’

한인은행의 주가가 수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추락세로 볼 때 한인은행 주가의 저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뱅크 오브 호프는 23일 13.98달러를 기록, 52주 최고가인 19.86달러 대비 29.6%(5.88달러)가 빠졌으며 한미은행은 21.60달러로 연중 최고가인 33.10달러 대비 무려 34.7%(11.50달러)나 빠졌다. 뱅크 오브 호프와 한미은행은 2016년 2월12일 각각 기록한 14.25달러, 16.95달러이후 2년8개월내 최저 수준이다.

오픈뱅크와 퍼시픽 시티 뱅크는 나스닥 상장으로 한때 반짝 상승효과를 기록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한가를 기록해 오픈뱅크는 9.67달러로 최고 14.10달러에서 31.4%가 빠지면서 10달러 밑으로 추락했으며 퍼시픽 시티도 한때 21달러까지 육박했으나 이날 16.60달러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월스트릿 분석가들은 한인은행 주가에 대해 일제히 보류(hold) 또는 처분(sell) 권고로 돌아섰다. 한 증권전문가는 “지난 몇분기 실적발표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한인은행들이 성장주로써 증권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인은행 주가의 추락은 최근의 전반적인 글로벌 증시 부진의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인은행의 수익성 부진 전망 외에 은행경영진, 영업구조 등 한인은행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그 원인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근본적인 원인이 개선되지 않고는 경기불황이 닥치면 언제든지 10여년전 한미은행이 불과 1-2년만에 페니스탁으로 전락한 것과 같은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한인은행의 문제점으로 ▲경영진의 금융전문성 부족 ▲부동산 대출 편중 등 영업구조 문제 ▲온라인 뱅킹 등 인프라 부족 ▲영업수익제고 보다는 경비절감으로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진의 금융전문성 부족의 경우, 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월스트릿 투자가들은 한인은행 경영진에 대해 금융전문가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류은행 행장들이 경제를 전공하고 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영업실적 향상을 통한 수익제고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비용감소로 장부상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기대려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인수합병 이후 최초 1-2년 간 회계장부상 수익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 기간에 확실한 내실다지기와 수익성 확보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인수합병 효과가 사라지는 시점부터 성장 동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편중된 영업구조 문제도 한인은행의 장기적인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는 대목이다. 한인은행의 경우 대출의 70-80%가 부동산대출이다. 부동산 대출은 금리인상과 함께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 부실이 될 확률이 높다. 이는 은행수익의 악화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최근의 주식부진이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한인은행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뉴욕증시와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미·중 무역전쟁과 3·4분기 영업실적 부진전망 등으로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2,106으로 거래를 마감해 1년7개월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조환동·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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