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은행 ‘귀족 이사회’ 에 안팎서 비난 여론

2018-10-23 (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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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보수 웬만한 주류은행의 2~3배 달해, “경영진-이사들 수익 나눠먹기의 전형”지적

▶ 종일 바쁘게 일하는 일반 직원들에 박탈감

한인은행 ‘귀족 이사회’ 에 안팎서 비난 여론

한인은행 이사진과 행장들의 보수가 과도하다는 비난여론이 은행 내부는 물론 한인사회에서 일고 있다. 올해 뱅크 오브 호프 주총에서 케빈 김 행장이 경영보고를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본보가 한인은행 경영진과 이사진들의 연봉을 보도하자<본보 22일자 경제 1면> 한인사회 일각에서 ‘귀족 이사회’ ‘경영진과 이사간의 수익 나눠먹기 전형’ 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많은 은행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본보 조사에 따르면 행장 연 보수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100만 달러를 넘었다. 같은 규모의 주류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뱅크 오브 호프 케빈 김 행장의 경우 지난해 총 보수(본봉과 스탁옵션, 보너스 등 포함) 규모가 225만달러에 달했다. 연봉 3만달러 규모의 은행 텔러의 75배에 달한다. 한미은행 금종국 CFO는 135만달러, 오픈뱅크 민 김 행장은 124만달러를 기록했다.


US 메트로 은행 김동일 행장은 65만달러, 퍼시픽 시티 은행 헨리 김 행장은 51만달러, CBB 은행 조앤 김 행장이 37만달러를 받았다.

가주 은행감독국 자료에 따르면 주류은행의 경우 자산규모 10억이상 은행의 평균보수는 52만달러, 5억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은행장 연봉은 32만8,000달러 정도다.

한인은행 이사들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주류은행과 특히 대비된다.

가주 은행국의 2017년 은행 이사 보수 자료에 따르면 가주 내 대부분의 은행이 이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자산규모인 5억~10억달러 은행의 67%가 이사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며 자산 10억달러 이상은 35%가 이사들에게 이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이사회 참석에 따른 보수만 지급한다. 반면 한인은행들은 기본 이사 연봉외에 이사회 참석 때 마다 추가로 보수를 지급하고 이사장과 소위원장에게는 더 높은 선임료를 지급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자산규모 5억~10억달러 주류 은행 이사들이 받는 평균 연 총보수는 3만380달러, 자산 10억달러 이상 주류 은행 이사들의 경우 6만892달러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한인은행 이사들이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인은행 이사들은 또 이사들에게 제공되는 스탁 옵션(주식매수선택권·일반 가격보다 낮은 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과 무상으로 제공되는 스탁 어워즈(주식 보상)의 특혜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외 이사들의 경우 직접 매입한 주식보다 이같이 스탁 옵션 또는 스탁 어워즈로 축적한 주식이 훨씬 더 많다.


이같은 대우를 받는 이사들의 자격과 역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한인 비즈니스를 모르고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한인 비즈니스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선에서 영업을 하는 지점장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바로 이사들이 한인비즈니스를 몰라 론이 올라가면 거절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또 “많은 사외이사들이 행장이나 이사장의 친분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견제보다는 거수기 역할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은행의 경우 독립적인 이사 영입을 위해 행장이나 이사장과의 친분이나 관계가 있는 인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인은행들의 사외이사 영입은 대부분이 전략적 채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대우에 비해 경영진이나 이사진의 책임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실적부진으로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한인은행 주주는 “한인은행 경영진과 이사 보수를 보고 놀랐다. 최근 주가가 2년내 최저로 떨어졌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은 지지 않고 대우만 받는 것이 한인은행 이사와 행장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경영진과 이사들의 과도한 대우에 대한 텔러나 행정직 직원 등 일반 은행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각하다.

하루 종일 창구에서 일하는 텔러의 연봉이 한 달에 한번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 보수와 맞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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