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농담’

2018-10-22 (월) 07:17:13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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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주선희 ‘연 날리기’

무게로 치자면 벌새보다 가벼운 것
질량으로 치자면 아프리카 코끼리만 한
환선굴 윤회재생 그 울림통 같은 것
한 겨울 아랫목의 잘 익은 구들장 같은
그 구들장 굴뚝 타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문 열고 들어서면 금세, 사라지고 없는 것

박지현 (2018 김상옥 시조 문학상)
‘농담’ 전문

실없는 소리, 별 뜻 없는 소리, 우스갯소리, 농담의 내면을 이처럼 환하게 열어보여 줄 수 있을까. 벌새보다 가볍고 코끼리보다 무겁고 환선굴처럼 속이야기가 텅텅 울리는 말. 이런 농담은 농담이 아니라 가장 진지한 말이다. 아랫목처럼 잘 익고 연기처럼 허무한, 도의 언어다. 듣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는 이 말.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그 진의를 웃으며 알아챘어라. 누가 내게 이런 칼날 같고 연기 같은 농담 좀 해주면 좋겠다. 무거운 세상 가벼워지게. 가벼운 세상 단단해지게. 추운 세상 따스해지고 애착에 애증에 물려 갑갑한 세상 훤해지게. 임혜신<시인>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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