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과 ‘큰 수익’을 미끼로 한 사기

2018-10-19 (금)
작게 크게
교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투자사기를 벌여오다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은 한인부부의 행각은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금전거래가 얼마나 취약하고 위험한지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미 사기 범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남편과 그의 부인은 신실한 신앙인으로 가장, 한인교회들을 돌며 강연과 간증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이 가짜 이력과 거짓 강연을 통해 모은 투자금은 2,000만 달러. 부부는 모은 돈의 대부분을 호화생활로 탕진했다.

이 부부가 저지른 범죄는 ‘친밀감을 악용한 사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가치관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사기범죄를 이른다. 교회는 같은 가치관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그런 만큼 구성원들 간에는 다른 조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친밀감과 신뢰가 형성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서로를 ‘가족’ 혹은 ‘형제자매’라 부르며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나타낸다.

사기꾼들은 바로 이런 특성을 파고들어 범죄행각을 벌인다. 서로를 너무 쉽게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는 이들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범죄의 토양이 되고 있다. 교회 내에서 금전거래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10여 년 전 한 대형 미국교회에서 발생해 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수억달러 규모의 폰지사기도 교인들의 맹목적인 신뢰를 악용한 범죄였다.


성공한 투자가 행세를 하며 접근한 한인부부에게 교회와 교인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 것은 이들을 정말 신실한 신앙인으로 여기며 의심과 경계를 풀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과 의중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신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해도 맹목적으로 상대를 믿어서는 안 된다. 금전이 오가는 일은 특히 면밀히 살피고 조심해야 한다. 제안과 내역에 대해 꼼꼼히 따지는 것은 물론 거래에 따르는 서류도 확실히 챙겨놓아야 한다. ‘형제자매’라며 대충 넘겼다가는 후회할 일이 생기기 십상이다.

또 한 가지 교회와 교인들을 유혹했던 것은 이 부부가 약속한 ‘큰 수익’이었다. 통상 수준을 넘어서는 ‘큰 수익’은 투자사기에서 빠지지 않는 달콤한 약속이다. 하지만 큰 수익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뒤따른다. ‘안전한 대박투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고 허황된 약속에 솔깃하는 것은 투자사기 피해자로 가는 지름길임을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