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속 희망으로 만들어낸 기적

2018-10-16 (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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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이상재 단장

▶ 17일 콜번스쿨 지퍼홀

마음 속 희망으로 만들어낸 기적

17일 LA다운타운 지퍼 홀에서 연주회를 갖는 하트 체임버의 이상재 단장.

“11년을 함께 해온 호흡과 막대한 연습량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능케 합니다”

오는 17일 LA다운타운 지퍼 홀(200 S. Grand Ave.)에서 연주회를 갖는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이상재(52) 단장은 명문 음대 피바디 컨저버토리 오브 뮤직 출신의 클라리넷 연주자다.

피바디 음대는 첫 시각장애인 대학원생인 그를 위해 엘리베이터마다 점자 안내판을 달아주었다고 한다. 1993년 음악 석사를 받았고 1997년 피바디 음대 150년 역사상 첫 시각장애인 박사가 된 그는 10년 후 시각장애인 전문연주가 12명과 비장애인 8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이상재 단장은 “지휘자를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은 관현악단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스스로도 겪어본 어려움이었기에 후배들이 음악을 포기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죠. ‘하트 오브 비전’ 마음 속 희망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7세에 교통사고로 망막 손상을 입고 3년 동안 아홉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빛을 잃었다. 그렇게 암흑 속을 헤매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클라리넷 소리에 마음을 열었고 희망을 갖게 됐다. 그 이후 그는 불철주야 연주에만 매달리는 음악가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이 단장은 “단원들끼리 화음을 맞추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래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모든 악보를 외우고 소리의 크기와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며 ‘합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처럼 협연자가 있는 경우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피아니스트 데이빗 베누아와 함께 충분한 연습이 없더라도 실전에서 비장애인 협연자를 배려(?)하며 연주를 성공시켜야 해서다.

이 단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하트 체임버 단원들의 무대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데이빗 베누아의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 음악회는 해외문화홍보원이 주최하고 LA한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한다.

입장은 무료이나 LA한국문화원이 배부하는 티켓이 필요하다. 문의 (323)936-3015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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