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온과 인성의 상관관계

2018-09-29 (토) 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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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대학 잡지에 지구온난화에 관한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스탠포드 대학과 UC 버클리가 실시한 실험을 바탕으로 나온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온이 상승하면 이에 비례해 자살률도 따라 올라가더라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사례의 연구지만, 이 지역에만 적용되는 사실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미국과 멕시코에서만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하리라는 경고가 실려 있다.

이 연구는 수십 년에 걸친 기온 상승과 자살률을 분석해 그 상관관계를 밝혔다. 그간 기온이 섭씨 1도씩 상승할 때마다 자살률은 미국에서 0.7%, 멕시코에서는 2.1% 높아졌다고 한다. 유엔이 내놓은 2050년도의 기온변화를 보면 미국은 섭씨 2.5도, 멕시코는 2.1도가 상승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21세기 중반에는 현재보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더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아직 이 기온과 자살률의 상관관계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체온조절을 위한 인체 반응의 부작용일 것으로만 짐작할 따름이다. 같은 연구에서 6억 개가 넘는 트위터 계정을 조사했더니, 기온이 상승할수록 우울하다거나 답답하다는 부정적 언어가 비례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살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가장 수위 높은 폭력이다. 여기서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만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인간의 폭력성이 비례로 증가하고, 이는 우리가 어떠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동기를 찾을 수 없는 범죄는 이미 비일비재하고, 이것이 점점 더 큰 사회문제가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인간만이 기온에 따라 그 성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플로리다의 악어는 겨울을 나려고 그곳으로 모여든 해우들을 잡아먹지 않는다. 하지만 악어가 순해진 게 절대 아니다. 수온이 낮아 활동을 할 수 있는 신체조건이 아닐 뿐이다.

그래서 해우들은 이때만큼은 악어의 주위를 맴돌며 논다. 반대로 인간은 기온이 올라가면 정신이 신체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악해진 것은 아니지만 폭력적이 된다는 얘기다.

30년 전에 이미 NASA의 과학자 제임스 한센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의회에서 예고한 바 있다. 동아시아와 북극에 그 현상이 더욱 현저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그러니 한국의 열대야 등의 이상 기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테고, 이는 충분히 두려워하고 대비해야 할 과학의 영역이다.

기온은 상승하고 우리도 모르게 인성도 변해간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는 보험회사, 석유회사들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겠거니 믿는 것은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결코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생활을 바꾸어 온난화를 막든지 인성을 견고히 다지든지,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당신과 내가 그래도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남으려면 말이다.

<한영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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