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이 어려울 때 아버지의 역할

2018-09-29 (토) 박문규 LA 민주평통위원
작게 크게
지난 주 “50대 한인, 아내와 자녀 총 쏘고 자살…” 이라는 기사를 보고 며칠이나 잠 못 이루면서 우울한 기분으로 지냈다. 자기만 죽으면 되지 왜 꼭 아내와 자녀까지 다 죽이고 죽는다는 말인가.

매릴랜드의 소도시에서 한인 K(57)씨가 부인(48)과 삼남매에게 총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본인과 부인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숨졌으며 치료를 받던 두 딸 중 둘째 딸도 사망했다. 실로 참혹한 현장이었을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사는 게 오죽이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참혹한 행동을 이해받을 수는 없다. 즉흥적으로 저지른 일도 아니고 사전 계획을 세워서 저지른 일 같다고 하니 더더욱 나의 마음이 우울하다.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며 극단적인 행동을 버리고 마음을 바꿔 다른 방향으로 살 길을 찾을 수는 없었는지 안타깝다.


그는 아버지로서 가정을 지켜야 할 가장이 아니었던가. 모든 어려움을 도맡아 헤쳐 나가며 가족을 위해 물질적 정신적 정서적인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하지 않았나. 자신이 죽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다시 말해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가족 모두를 죽였을 거라는 분석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이는 한 마디로 내 가족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가족을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왜 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는 못했는가. 아무리 아버지가 가족을 먹여 살리고 보살피며 살아 왔다고 해도, 어느 아버지도 가족들의 생명을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

부인과 자녀를 구타해도 안 되는데 총으로 쏴 죽이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것은 아버지로서의 책임 회피일 뿐이지 책임이나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건을 보면서 다시는 우리 동포사회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를 비롯한 가장들이 한 번 더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정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아버지로서 또 가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어느 가정이든 이런 저런 문제야 있겠지만 가장이 혼자서 다 내 책임이니까 내가 해결한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다. 힘들 때일수록 가족들이 서로 상의하고 위로하며 격려해야 하겠다. 서로 보듬어 안으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되찾고 최선을 다해 훈훈하고 건강한 가정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박문규 LA 민주평통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