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전문가들 “긴장완화 중대 진전…비핵화 조치는 미흡”

2018-09-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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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긴장 줄이고 가깝게 만들 것” 등 정상회담 긍정 평가

▶ “북, 보유 핵무기 해체·신고 동의 안해” 기대에 미흡 지적
“사찰단 허용은 진정성 있는 조치, 대화할 기회 충분” 의견도

美전문가들 “긴장완화 중대 진전…비핵화 조치는 미흡”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이틀째인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1경기장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박수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비핵화 실천을 합의함에 따라 비핵화 협상의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왔다.

김 위원장은 19일(이하 한국시간기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 없는 땅으로 만들겠다'며 처음 비핵화 육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또 유관국 전문가들이 참관한 가운데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이후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비핵화 추가 조치를 계속할 용의를 분명히 했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19일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한반도 긴장완화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에는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많은 분야, 특히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에서 중대한 진전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는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의사로, 이는 북한 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데다 남북 간의 지속적인 고위급 대화의 다른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연구소(CNA) 소속 켄 가우스 박사도 "남북 공동선언은 긴장을 줄이고 남북을 보다 가깝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의 진전을 이루고 비핵화를 평화체제의 한 부분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남북한의 프로세스는 한반도 위험을 축소하기 위한 인상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릴 킴밸 무기통제협회 이사는 "문 대통령은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고 북미 간 '비핵화·평화 협상' 재개를 위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돌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매우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실천 약속에 대해선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핵 신고'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약속에 대해 "말은 쉽다"면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언제 실제로 폐쇄할 것인가, 특히 언제 새로운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보유 핵무기를 축소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발표한 조치와 잠재적인 추가 조치는 다소 도움은 되지만 필요한 조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닝 연구원은 "미국은 김 위원장이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낼지 확인하고자 정상회담을 주시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그러한 조치를 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며 "평화협정 대화와 핵무기 폐기 조치는 병행해 추진할 수 있지만,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수용하고 제재는 해제하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장 같은 '미래 핵' 관련 시설 비핵화를 언급할 뿐 현재 보유한 핵무기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덤 마운트 연구원은 "북한은 여전히 기존 무기에 대해서는 축소나 신고 등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사일 시험장 해체는 그런 점에서 진전을 이룬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켄 가우스 박사도 "비핵화를 향한 조치들은 대체로 조건부이며,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다시 유도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아마도 북미 관계의 개선과 맞물려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릴 킴밸 이사 역시 비핵화 부분에 대해선 "불행하게도 북한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핵심인 핵프로그램 공개를 약속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체제 안정이 확실하지 않다면 일방적으로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약속이 미흡하지만, 한결 진전된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애덤 마운트 연구원은 "미국은 남북한의 진전을 방관해선 안 된다"며 "조리개를 확대하면 북한과 다시 대화할 기회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푹스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금 당장 찾아야 하는 것은 과정(process)을 진전시킬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북한의 진정한 조치들"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영변 (핵시설) 폐쇄와 사찰단을 허용한다면, 이는 부분적인 조치일 뿐이지만 진정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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