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치코트를 남다르게 입으려면
▶ 등까지 뒤트임ㆍ비대칭 밑단 등, 과감하게 변형한 디자인 눈길
올 가을 트렌치코트는 오버사이즈, 체크 등 레트로한 분위기를 살릴 디자인이 유행할 전망이다. <해지스 제공>
넓은 어깨, 긴 기장의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는 과감한 뒤트임, 후드 장착 등 다양한 변주를 거쳤다. <빈폴레이디스 제공>
사도 사도 계절이 바뀌면 입을 옷이 없다. 유행이 빠른 탓이다. 매번 유행을 따라가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유행 안 타는 옷만 입자니 멋이 나지 않는다.
유행을 그리 타지 않으면서도 멋을 내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채워줄 불변의 패션 아이템이 있다. 트렌치코트다. 실용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지닌 기특한 녀석이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 데이트할 때, 집 앞 슈퍼를 갈 때도 어깨 위에 가볍게 걸친다.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아도 ‘옷 잘 입는 언니’로 거듭날 수 있다.
트렌치코트가 1차 세계대전 군복에서 유래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영국 토머스 버버리가 방수 기능을 가진 개버딘 소재를 개발했고, 개버딘 코트를 1차 세계대전 때 보병들이 입으면서 확산했다. 어깨에 덮개를 대고 벨트가 달린 군장용 트렌치코트는 방수성·내구성이 좋아 레인코트로도 사용됐다.
전장의 거친 느낌을 담은 트렌치코트는 100년여간 다양한 변주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소재는 가벼워졌고 장식은 간결해졌다. 영화 속 트렌치코트는 낭만을 더하는 극적 장치가 됐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은 배우 오드리 헵번이 비를 맞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많은 여성의 로망을 키웠다.
가을이 짧아졌다지만, 트렌치코트를 입을 기회를 놓칠 순 없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봄까지 사랑을 받던 재킷의 인기가 가고 트렌치코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보다 실루엣, 디자인, 소재, 색깔 등 여러 영역에서 과감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백희수 LF 해지스여성 상무는 “기본을 유지하되 변형된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버사이즈·체크…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른바 ‘노스탤지어 브리티시’에 주목한다.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1980~90년대 ‘레트로 무드’를 넘어선 진화된 형태다.
올해 초 버버리는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를 스트리트 패션으로 재해석했다. 상류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버버리를 비주류 취급받던 스트리트 패션과 결합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노스탤지어 브리티시’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로 대변된다. “넓은 품과 100㎝ 이상의 긴 기장, 실용적인 디자인”(황혜연 롯데홈쇼핑 패션 MD)이 특징이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는 지난해부터 사랑받았지만 올가을엔 더 과감해진다. 조영주 빈폴레이디스 수석 디자이너는 “변형된 디자인”을 강조했다. “뒤트임을 등까지 크게 처리하거나 밑단 길이를 비대칭으로 마감하기도 한다. 투박한 실루엣은 벨트 장식을 좀 더 위로 올려 여성스러운 느낌을 보완하기도 한다.” 뒤집어서도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모자가 달린 후드 스타일도 나온다.
복고풍 체크무늬 트렌치코트도 반응이 좋다. 하운드 투스, 글렌체크 등 고전적인 패턴이 유행이다. 무늬 없는 트렌치코트가 베이지, 카키 등 무난한 색깔 위주로 인기를 얻는 반면 체크 트렌치코트는 패턴의 일부를 원색으로 처리해 강한 색감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렇듯 멋쟁이를 만드는 건 ‘디테일’. 적당한 코디가 트렌치코트를 더욱 멋들어지게 만든다. 가을 분위기를 물씬 내면서 트렌치코트를 도드라지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을 패션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1.재킷 위에 트렌치코트… ‘믹스매치’로 풀어라
모던한 정장원피스와 H라인 스커트, 스키니 청바지…. 트렌치코트 본연의 단정한 느낌을 살리는 전통적인 코디법이다. 하지만 김정아 해지스여성 수석 디자이너는 “정장만은 트렌치코트와 함께 입지 말라”고 당부한다. “옷을 잘 입고 싶다면 클래식을 스트리트 패션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트렌치코트 안에 후드 달린 셔츠, 와이드 팬츠, 스니커즈 등 캐주얼한 아이템을 배치하는 식으로요. 트렌치코트 안에 정갈한 정장을 입었다가는 자칫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위는 길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조거팬츠, 트레이닝복, 주름이 있는 플리츠스커트, 못생긴 운동화인 어글리 슈즈 등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도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와 잘 어울린다.
단품으로도 멋스럽지만 좀 더 이색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믹스매치’가 답이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안에 슈트 재킷, 데님 재킷 등 외투를 덧입는다. 레트로 감성의 도트, 체크 무늬 블라우스에 가죽재킷을 매치하면 세련된 스트리트 패션이 된다. 김 디자이너는 “외투 안에 다른 외투를 껴입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약간 무거워 보여도 괜찮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는 품이 커서 충분히 예쁘게 담아낸다”고 말했다.
그래도 투박하게 입을 순 없다. 믹스매치를 할 때는 실루엣이 중요하다. 겹쳐 입되 뚱뚱해 보이면 안 된다. 조영주 빈폴레이디스 수석 디자이너는 “가벼운 형식의 재킷을 입고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부해 보이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CJ오쇼핑의 이혜승 셀렙샵 패션 MD는 “가죽벨트로 허리를 강조해보라”고 조언했다. 종아리를 덮는 긴 플리츠스커트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허리는 집에 있는 가죽벨트로 묶는다. 이때 가죽벨트는 얇은 것으로 해야 허리가 잘록해 보인다. 간결하고 중성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벨트가 있는 트렌치코트라도 벨트를 빼고 흘러내리게 입는다.
2. 체크엔 체크로… 과감하게 입어라
체크무늬가 전체적으로 들어간 트렌치코트는 안에 옷을 단조롭게 입으면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혜승 MD는 “체크무늬 트렌치코트에 배색된 여러 색깔 중에 하나를 맞춰서 안에 입으면 세련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색다르게 입고 싶다면 더 용기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체크에 체크를 더하는 연출법을 강조했다. “상의나 하의 중 하나를 체크무늬로 입는 거죠. 체크로 입을 옷을 결정했다면 나머지 옷은 단조롭게 표현해서 균형을 맞춰야 해요. 체크 플리츠 스커트에 화이트 셔츠를 입는 식으로요.”(김정아 해지스여성 수석 디자이너)
트렌치코트의 체크무늬가 굵다면 안의 옷은 얇은 무늬로, 트렌치코트의 체크무늬가 얇다면 안의 옷은 굵은 무늬로 연출한다. 만일 트렌치코트의 색감이 모던한 계열이라면, 안에 입는 옷은 원색으로 포인트를 줘도 좋다. 체크에 체크를 더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옷깃, 바지 밑단, 액세서리 등이 체크무늬로 된 것을 입어도 좋다.
3. 페미닌 트렌치코트도 레트로하게 연출
옷장 안에 잠자고 있는 유행이 지난 트렌치코트.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벌씩은 가지고 있다.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에 밀려 애물단지가 된 이 옷도 살릴 방법은 있다.
허리선이 들어가거나 몸에 딱 맞는 페미닌 트렌치코트는 정갈한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게 중요하다. 체크무늬, 도트 무늬가 들어간 상의로 레트로 분위기를 강조한다. 밑단만 넓게 펼쳐지는 부츠컷 청바지를 입거나 넉넉한 청바지의 밑단을 접어 올려 발목을 드러내면 개성이 살아난다.
짧은 기장의 트렌치코트는 긴 치마와 바지로 길이를 보완한다. 치마는 무릎 밑으로,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와도 괜찮다. 두툼한 소재의 양말로 시선을 분산시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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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