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운 곳곳서 중국말 들리는 건 이제 예삿일

2018-09-17 (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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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마켓은 물론 아파트·콘도까지 몰려, 안내문·메뉴판에 중국어 병기도 잇달아

▶ 주말 일부 업소는 한인보다 중국인 북적

타운 곳곳서 중국말 들리는 건 이제 예삿일

9가와 웨스턴 인근 한식당이 제작한 한국어와 중국어로 된 메뉴. <남상욱 기자>

타운 곳곳서 중국말 들리는 건 이제 예삿일

한인타운 중심부인 웨스턴과 샌마리노 코너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중국인 입주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어로 된 임대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상욱 기자>


중국인들이 LA 한인타운으로 몰려들고 있다.

식당과 마켓 등 소비 중심 비즈니스에서부터 아파트와 콘도 등 주거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한인타운 경제계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LA 한인타운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을 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한인타운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급증했다는 증거다.


그도 그럴것이 LA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수는 매년 증가세다. LA 관광컨벤션국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A시 및 카운티를 방문한 중국인의 수는 110만명. 2016년에 비해 6%가 증가한 수치다. 멕시코 방문객 170만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가 LA를 방문했다.비자 서류에 명시한 체류 주소를 근거로 집계한 것이라 비교적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수치다.

중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한인타운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수도 함께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식당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주말 저녁이면 한인타운내 주요 한식당들은 중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몰려드는 차들로 주변 일대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식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말 저녁 한인과 중국인 고객의 비율은 6:4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 많은 경우 5:5인 업소들도 상당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이나 옐프 등 소셜미디어(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한인타운내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중국인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인 고객들이 늘어나다 보니 한인 식당에서 한국어와 함께 중국어가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는 일은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식당 ‘소반’ 박인석 대표는 “주말 저녁이면 중국인 손님들이 전체 손님들의 50%를 차지할 만큼 많이 방문하고 있다”며 “SNS를 보고 와서 그런지 간장게장과 갈치조림 등 특정 메뉴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렸하다”고 말했다.

한인 마켓 역시 몰려오는 중국인들을 맞이하기에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말 세일이면 세일 품목에 오른 물품을 중심으로 한인타운내 마켓 곳곳에서 샤핑을 즐기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부서까지 만들어 대응하는 마켓도 등장하고 있다.


H마트 마당몰 관계자는 “H마트는 한인뿐 아니라 중국인을 포함한 타인종도 주 타겟으로 삼는 ‘인터내셔날 마켓’을 지향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고객을 담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구비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과 마켓 등 소비성 방문을 넘어서 한인타운에 아예 눌러 앉는 중국인들도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한인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수는 10% 정도로 추산된다. 주로 20~30대 젊은층이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엔 중국어로 된 임대 안내 간판을 따로 설치해 놓고 중국인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는 아파트도 등장할 정도다. 이 아파트 중국인 매니저에 따르면, LA 주변 대학에 재학하는 중국 학생들이 입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편리한 교통과 완비된 주거 환경 때문에 젊은층 중국인들이 한인타운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윈부동산 서준영 에이전트는 “한인타운내 아파트에 입주하는 중국의 젊은층 유입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한인타운의 편리한 교통과 지리적 위치, 여기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중국인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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