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줄어드는 동창생들

2018-09-12 (수)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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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에 졸업한 동기동창들의 초창기 모임은 100여 명이 넘었을 듯싶다. 졸업하고 헤어져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친구들이 명단에 올라 있다. 고국 방문해서 얼굴을 대하는 동창들이 40명에도 못 미친다.

더러는 외국에서 타향살이하는 친구들도 여럿이 있으니 그들의 친구 보고 싶은 심정은 오죽 할까. 고국 방문에서 만난 친우들의 삶에는 그늘진 모습이 투영되고, 그것이 나의 모습과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휑하니 뚫린 듯한 공허함도 찾아든다.

가슴에 단 이름표가 없어도 학창시절의 모습은 남아 있는데, 굼뜬 행동과 어눌해진 말투에서 드러나는 노년의 모습이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


동창과의 대화는 편안하고, 넉넉함이 묻어 있으며 한 배를 저어가는 승무원이며 손님이 되기도 한다. 해가 뜨는 날에는 밖에 나가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했고, 배에 파도가 쳐 흔들리면 우리는 균형을 맞추며 열심히 살아왔다.

언젠가 목적지가 불분명한 곳에서 순서 없이 하선을 하게 되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구름 같이 흘러가는 인생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였고 스스럼없이 만나서 편히 대화를 하였던 소중한 기억이 우리를 지킬 것이다.

올 여름도 태양의 열기로 혹독한 더위였지만, 절기는 어쩔 수가 없어서 낙엽들이 끼리끼리 굴러가는 만추의 계절이 머지않았다. 가을은 오고 있는데, 하나, 둘 떠나가는 친구들 소식이 들려오면 거센 태풍이 할퀴고 간만큼이나 마음이 스산하다.

친구들아! 많은 사람들 중에 선택되어 만난 특별한 인연이다. 오래도록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다가 저 광활한 하늘에서 다시 만나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기를 소원한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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