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와 병역 특혜 논란
2018-09-07 (금) 12:00:00
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대부분 한국인들은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기를 간절히 응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절실해서가 아니라 이 금메달에 손흥민(토트넘)의 병역면제 여부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손흥민뿐 아니라 나머지 19명 선수도 병역면제 혜택이 걸려 있었지만 손흥민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이번이 그에게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더욱 절실했다. 한국국민들에겐 만약 우승에 실패할 경우 한국이 낳은 현 세대 최고선수가 축구장 대신 어느 동사무소(최종학력이 고교 중퇴인 손흥민은 현역입영 대상이 아니다) 같은 곳에서 커리어 최절정 시기 중 21개월을 보내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있었고 그것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응원모드로 묶었다. 그리고 한국은 이란-우즈베키스탄 등 우승후보들과 잇달아 격돌하는 가시밭길 여정을 살아남아 결국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연장승부 끝에 꺾고 목표였던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만큼 우승에 대한 기쁨보다 안도감이 더 컸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 똑같은 병역혜택을 받게 된 한국 야구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축구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포털 사이트 기사에는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댓글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반응이 절대 부정적이었다. 심지어는 일본과 결승전이 끝난 뒤 “평생 살면서 한일전에서 일본을 응원하기는 처음”이라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그럴 정도로 절대적인 국민적 반감을 부른 야구 대표팀의 행보로 인해 병역특례 제도를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졌고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두 종목 사이에 극과 극의 국민적 반응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기본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야구가 아시안게임을 합법적인 병역면제 창구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합법적인 병역면제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은 축구도 마찬가지임에도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축구와 달리 야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거저먹기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야구로 한국을 꺾을만한 팀은 일본과 대만뿐인데 이들은 아시안게임에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내보내는 반면 한국은 아예 리그를 중단시키고 프로 올스타팀이 출전한다. 프로선수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 야구대표로 선발된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의 행보는 국민의 비판 감정에 불을 질렀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상무 입단 등을 통해 병역문제를 해결하며 선수커리어를 이어갈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 일단 대표팀에 뽑히면 금메달과 병역 혜택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혹시라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면 그대로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을 감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도박은 성공했고 이번 대회 금메달로 병역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병역면제를 위한 꼼수라는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을 제대로 건드렸다. 이들의 실력이 과연 대표팀에 뽑힐 실력이 되느냐 부터 시작해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사실상 백업 요원으로 이들을 선발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빗발쳤고 중도에 한 차례 선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이 계속 잔류하자 합법적 병역기피는 물론 금메달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합쳐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퍼져나갔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이 1차전에서 대만에 패하자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마치 죄인들처럼 고개를 숙인 채 돌아와야 했다.
사실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 제도처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제도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전체 병역특례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함에도 불구, 이들의 높은 지명도 탓에 논란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다. 하지만 병역특례가 주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박찬호와 박지성, 추신수 등도 병역특례가 없었다면 그렇게 날개를 펼칠 수 있었을지 의문이고 손흥민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 병역 특례제의 완전 폐지보다는 무임승차나 합법적 병역기피 논란을 최소화시키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하는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미래의 손흥민, 박지성, 박찬호가 될 유망주가 입대와 한국을 떠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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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