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2018-08-28 (화) 12:00:00 정지현 / 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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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나에게 한국과 미국 생활의 차이점을 묻곤 했다. 미국에 살면서 가끔은 ‘어떻게 이런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한국이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10시면 닫고, 와이파이는 대체로 학교와 스타벅스뿐이고, 길거리나 바트(샌프란시스코 전철)에는 대마초 냄새와 거지들의 땀내와 지린내로 가득하다.

한편 한국에서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부당함으로 인한 억울함과 분노’였다. 마트에서 아주머니가 밀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다 떨어졌는데도, 사과는커녕 눈을 흘리고 가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작년 여름, 우리집은 에어컨이 계속 고장나 여러 번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아빠가 집에 계실 때와 계시지 않을 때의 태도와 행동들이 달랐다. 예전에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 돼’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이런 의미에서 ‘집에 남자가 있어야 돼’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 만연한 나이와 성차별의 부당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 듯하다. 인종차별을 제외하고(미국, 한국 모두 있는 것이므로) 그 사람의 배경과 조건들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존중해주는 미국 사람들의 용기와 여유의 문화가 참으로 부럽다.

이런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인격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며, 성찰하지 않으면 파렴치만 늡니다. 나이는 그냥 먹지만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마음 깊이 새겨 넣고 가슴 깊이 공감한 말이었다. 가는 세월에 따라 어떨 결에 나이먹지 않고, 매 순간 바른 기준으로 살며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지현 / 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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