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도 피해 잇달아… 리커·마켓 ‘나홀로 업주’ 속탄다

2018-08-27 (월) 12:00:00 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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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박스째 훔쳐 달아나도 바라만 볼뿐…

▶ 인건비 줄이려 감원, 계산대 비울수도 없고

#사우스 LA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한인 김씨(62세)는 최근 손님으로 위장한 한 흑인이 자신이 가게에서 맥주를 박스째 훔쳐 달아나는 것을 지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가게가 위험지역이라 출구와 캐시어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은 인테리어 때문에 오히려 절도범을 쫓을 수가 없었다”며 “요즘 인건비가 올라 직원을 적게 두고 가게를 혼자 볼 때도 많은데 그런 허점을 노린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더운 날씨에 맥주 등 주류를 훔쳐 달아나는 절도행각이 기승을 부리며 한인 리커스토어와 마켓 등 한인 소매상들이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인건비가 상승해 많은 직원을 둘 수 없어 보안에 취약해지고 경찰에 도난 사고를 신고해도 절도범을 잡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 및 피해자들은 전했다.


컴튼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 중인 한인 이씨(56세)는 “인건비 상승으로 직원을 많이 쓸 수가 없어서 혼자 가게를 보는 시간이 많은데 홀로 냉장고를 정리하는 때를 노리고 주류를 박스째로 가져가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며 “자동차까지 미리 대기시켜 놓는 등 치밀하게 절도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아 쫓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주한미식품상협회(KAGRO) 김중칠 회장은 “협회 회원사로부터 한 여름이 되며 불미스러운 소식들을 많이 접한다”며 “회원사들이 나름대로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절도범이 도망치기 전 제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심각한 부상 위험과 함께 후에 소송을 야기시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절도범이 문 밖을 벗어나지 않으면 여전히 고객으로 간주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가게 안에서 절도범을 제압하는 행위는 오히려 한인 업주들을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김중칠 회장은 설명했다.

또한 김중칠 회장은 “20-30달러 상당의 맥주 박스를 돌려받기 위해 절도범을 따라가는 행위 또한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므로 오히려 절도 발생을 최소화 하기위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 또한 최선책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잦은 절도 신고는 오히려 해당 지역을 우범지역으로 만들어 후에 경찰에 심리(hearing)를 위해 출두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업소 내에서 최선의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AGRO는 ▲종업원과 워키토키 등을 이용하여 감시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며 ▲ 절도가 발생하면 최소한의 선에서 경찰에 신고해서 심각성을 알리고 해당지역 순찰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 자동문 등을 설치하여 불미스러운 일들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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