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도한 선거모금… 기부자들 괴롭다

2018-08-24 (금) 12:00:00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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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도시 부에나팍 시의원 출마 후보까지, LA 한인타운서 모금 타후보의 4~20배 모아

▶ 한정된 커뮤니티 자원 주요선거에 집중해야

과도한 선거모금… 기부자들 괴롭다

23일 LA 한인타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후원 행사에서 부에나팍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오른쪽 두 번째) 후보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인 정치력 도약을 위한 연방 의원 배출이 걸린 올해 선거에서 소도시 시의원 후보들까지 후원 요청이 밀려들다 보니 한인들의 힘이 분산될까 걱정입니다”

한인 정치인들을 지원해 온 한 유력 한인 인사의 고민이다. 오는 11월6일 중간선거 결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후원을 요청하는 정치인들은 많은데 기부 여력은 한정돼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선거에서는 연방하원 39지구 결선에 오른 영 김 후보가 김창준 전 의원 이후 첫 한인 연방의회 입성 전망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소도시 시의원 출마 후보까지 남가주 한인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인 정치 후원금 확보를 위한 무차별적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같은 상황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한인 정계 및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23일 LA 한인타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한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 시의원 후보 박영선(써니 박) 변호사의 경우 공격적인 선거 자금 모금 활동을 벌여 모금액에서 경쟁 상대인 부에나팍 현직 시장보다 4배나 많은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에나팍 시정부가 공개하는 선거자금 모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에나팍 시의회 1지구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는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8만5,273.63달러를 모금해 이번 선거에 나선 부에나팍 모든 선거구의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하반기 모금액인 10만1,816달러까지 합하면 총 18만7,089달러(융자액 2만5,000달러 포함)를 모아, 1지구 경쟁상대로 현직 부에나팍 시장인 버지니아 본 후보의 5만5,089.01달러에 비해 3.5배 이상을 모금한 것이다. 또 현재 선거자금 보유액에서도 9만1,556.67달러로 본 후보의 2만433.77달러를 크게 앞서고 있다.

주로 한인들에 의존하고 있는 박영선 후보의 올해 모금액은 또 부에나팍 1지구에 나왔다가 박 후보의 출마로 5지구로 옮겨 시의원 도전에 나선 또 다른 한인 후보인 정재준 부에나팍 도시계획위 커미셔너의 모금액(4,100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20배나 높은 수준이다.

정 후보의 경우 지난해에서 이월된 2만7,802달러를 합쳐 총 3만1,902달러를 모금한 뒤 1만956달러를 지출해 현재 1만1,946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에나팍 시의원 선거의 경우 1인당 후원 금액에는 제한이 없는데, 이에 따라 박 후보가 한인사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후원금 모금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 년전 부에나팍 시의회에서 활동한 밀러 오 전 시의원의 경우 한인사회 대상 모금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요즘 한인들을 만나 선거 후원금 이야기를 하면 다른 후보의 요청이 거세다며 난색을 표하는 분들이 많아 실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 인사는 “그동안 가든그로브나 세리토스, 라팔마 등 지역 도시들에서 한인 시의원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대부분 로컬 이슈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서 후원 활동을 벌였을 뿐 이번 같이 요란하게 후원금 모금에 나선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리소스의 균형을 감안하면 모양새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선거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한인 밀집 지역과 LA 및 샌버나디노 카운티 일부지역을 아우르는 39지구의 영 김 연방 하원 후보의 경우 주류사회와 팩(PAC)의 후원금을 포함해 올해 2분기(4~6월) 기간 동안 67만7,000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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