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덕 세입자도 많은데…” 영세 임대업자들 한숨

2018-08-23 (목) 12:00:00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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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시‘퇴거위기 세입자 무료 법률지원’에, 저소득층 지원 관련단체들 일제히 환영

▶ 집주인들“이유 불문 소송 땐 우리만 피해”

LA시에서 치솟는 렌트비와 아파트 소유주들의 횡포로 퇴거 위기에 몰린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료 법률 조력을 제공하는 조례안(본보 18일자 보도)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임대업자와 세입자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치솟는 렌트비를 부담할 수 없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몰린 빈곤층과 관련 단체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수백 유닛 이상을 보유한 대형 아파트 개발사와 달리 영세 임대업자들의 경우 무료 법률 제공으로 인해 악덕 세입자들을 퇴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A 한인타운내 100유닛 규모의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한 한인 전모씨는 최근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퇴거시 무료 법률을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몇 년간 렌트비를 안내거나 수용 인원을 초과해 불법적으로 대가족이 거주하는 세입자들로 인해 법정 소송이 끊이지 않았던 전씨는 또 다시 시정부가 세입자들을 위해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임대업을 정리할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전씨는 “치솟는 임대료와 렌트비로 인해 건물주나 임대업자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사실 영세 임대업자들의 경우 세입자와 작은 소송에 휘말릴 경우 손해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은 세금대로 올리고 악덕 세입자들까지 강제 퇴거를 못하게 한다면 임대업자를 그만 두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억울해했다.

이처럼 아파트 렌트를 둘러싼 일부 집주인들의 횡포 등으로 야기되는 각종 분쟁과 함께 이와는 반대로 계획적으로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약점을 잡아 협박까지 가하는 악덕 세입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집주인들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년 렌트비 인상으로 임대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렌트비를 체납하거나 불법적으로 임대한 유닛을 서브리스 주거나 계약서에 명시된 세입자 이외에 룸메이트를 두는 등 계약을 위반하면서 주인에게 협박을 일삼는 악덕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타운내 한 임대업자는 “세입자가 렌트를 안내서 퇴거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데 이제 시정부가 이러한 세입자들에게 변호사들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소규모 임대업자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덕 세입자들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 임대 계약이라도 반드시 문서로 계약 사항을 남겨야 하는 것은 물론 임대료를 지불하고 받을 때마다 영수증도 주고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계약 당사자인 세입자의 신원을 확실히 하고, 적정금액의 디파짓을 받아두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이어 LA 시의회도 부당하게 퇴거 위기에 놓인 세입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변호사 등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례안을 지난 20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폴 코레츠 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LA시 정부가 부당하게 퇴거 명령을 받은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 등 법률 지원 서비스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 단, 시의회는 고의로 렌트비를 내지 않은 세입자의 경우 무료 법률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이 제한되도록 할 방침이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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