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의 그릇된 ‘관행’

2018-08-17 (금) 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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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교회에서 5억 원이 넘는 건축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교회 장로와 집사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 일간지의 기사다. 새로 부임한 목사와 장로가 문제를 제기하자 “목사가 교회를 분란 시킨다”며 폭언했다는 것이다. 그는 “목사와 장로가 교회 ‘관행’을 무시해서” 이같이 거친 행동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교인들의 헌금인 교회 건축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을 ‘관행’이라고 지칭했는지 분명치 않다.

오렌지카운티의 한 장로교회에서도 본당 보수공사에 10만 달러를 쓰기로 했다가 교회 재정 지출을 심의하는 제직회 의결 없이 3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해 교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사를 하다 보니 3만 달러가 더 들어간다는 건축업자(해당 교회 출석 교인)의 요구에 교인들의 동의 없이 돈을 내 줬다고 한다. 한 장로는 “공사를 하다보면 돈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관행’인데 문제가 있느냐”며 항변했다.

공사는 계약서에 따라 진행된다. 계약에 없는 지출은 교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법이고 옳은 ‘관행’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방치하면 재정의 투명성을 잃어 부패하기 쉽다.


또다른 교회도 ‘관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 장로가 교회 패티오 공사를 맡았다가 말썽이 생긴 일이다.

캘리포니아 비영리 법에 따르면 이사가 이권 사업에 개입하려면 경쟁 업체의 견적을 사전에 연람할 수 없다. 또 이사회의 업체 결정 과정에도 참여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그 계약은 무효라고 되어 있다. 비영리단체법에 따라 정부의 면세 혜택을 받는 교회 역시 이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재정장로는 목사와 서기장로와 함께 교회 건물의 주인으로 주정부에 등록돼 있다. 재정장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 장로라도 타인의 견적을 보고 가격을 낮춰 공사를 수주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이고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제재하지 못한다. 교회 운영 주체인 ‘당회’(장로들의 모임) 즉 이사회가 이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맡겨왔기 때문이다. 해당 장로는 교회에서 싼 가격으로 공사를 해 달라고 맡겨서 한 것이라며 억울해 한다.

시무장로의 교회 공사 수주를 교회 특성상 사회법 잣대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이므로 상식의 잣대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인들은 대부분 이런 그릇된 ‘관행’에 침묵한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자행되던 잘못된 ‘관행’을 꾸짖었다.

당시 성전의 희생제물 판매는 성전의 ‘관행’ 이었다. 예수는 이를 보고 소와 양과 비둘기를 채찍으로 내쫓고 환전상을 뒤 엎고는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예수는 이 사건을 빌미로 십자가에 못 박혔지만 장사꾼의 온상이 된 성전은 그로부터 40년 후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다.


‘별세 신앙’으로 유명한 한국 분당 한신교회의 고 이정표 목사는 교인들에게 “날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죽어야 한다”고 설교 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산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산 것”이라는 갈라디아서 말을 이 목사 자신만의 목회철학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교회에서 날마다 죽기가 쉽지 않다. 죽어야 산다는 신앙적 믿음보다는 “날마다 죽다가는 진짜 죽는다”는 세속적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릇된 ‘관행’의 바로잡기를 두려워한다.

교회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조직으로 교인들의 기부와 헌금으로 운영된다. 부자의 큰돈 기부도 있고 가난한 자의 1달러로 있다. 하나님께 바친 돈을 얼마나 잘 사용하나를 지켜보는 것도 교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요즘 지켜보며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은 교회에서 내몰리기 십상이다.

<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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