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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350곳, 트럼프 反언론 비판사설…“언론인은 敵이 아니다”

2018-08-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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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글로브·뉴욕타임스 등 ‘사설 연대’…일제히 지면에 게재

▶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 불참…“역공 당할라” 우려도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

미국 전역의 신문사 350여 곳이 16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을 비판하는 사설(社說)을 일제히 게재했다.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주도한 일종의 '사설 연대'다.

언론 자유가 발달하고 개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이처럼 다수의 신문이 일제히 '한 목소리'의 사설을 게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보스턴글로브는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Journalists are not the enemy)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신문은 부패 정권이 국가를 떠맡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미 대통령이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언론을 겨냥해 '국민의 적'이라는 주문을 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대 대통령을 지낸 존 애덤스가 '언론의 자유는 자유 보장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이런 근본적 원칙이 오늘날 심각한 위협 아래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스턴글로브는 각 신문사 편집국과 연락을 취해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16일 게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자유로운 언론에는 당신이 필요하다(A FREE PRESS NEEDS YOU)'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언론 정책에 저항하는 움직임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제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이 1787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유명한 말인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정부 없는 신문)를 택하겠다"라고 한 말을 내세웠다.

정작 제퍼슨이 훗날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의 태도는 수긍할 수 있으며, '열린 사회'에서 이뤄지는 언론 보도는 갈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1964년 미 연방대법원이 "공공의 토론은 정치적 의무"라고 판결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언론이 잘못하거나 사실을 축소 또는 과장 보도하는 것을 비판하는 건 타당하지만, 기자와 편집자도 실수할 수 있으며 그걸 바로잡는 게 이들의 일인데 자신이 달가워하지 않은 사실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언론인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는 건 민주주의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면 전면에 주요 신문사별 사설의 요지를 실기도 했다.

이번 '사설연대'에는 대도시 일간지부터 발행 부수가 4천 부 정도에 불과한 지역 주간지까지 망라됐다. 신문사들은 각사의 논조에 따라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언론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 디스패치는 언론인을 적으로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언론인들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애국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사설 연대'가 그 취지와는 무관하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주류 언론으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뉴욕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을 통해 이런 사설연대가 역설적으로 언론의 독립성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존 디아즈 오피니언 에디터는 별도의 칼럼을 통해 불참 사유를 밝히면서 "모든 미디어가 합세해서 공격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술에 말려들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공모'로 규정하면서 향후 비판적인 사실 보도를 일축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는 이번 '사설연대'를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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