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리 만큼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했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함을 느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혼자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며 이불 속에서 엉엉 울기도 했고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거부했다.
그때 이미 본능적으로 지금 엄마와 태평양을 건너 지내는 것처럼 멀리 떨어질 것을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 나는 늘 그렇게 우리 가족 안에 머무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못해 슬픈 나머지, 그 순간이 영원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있었기에 이 삶이 참 살고 싶었고, 앞으로의 삶도 더 살아보고 싶다. 엄마 아빠가 나에게 선물해주신 “살고 싶은 삶”을 훗날 내 자식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내 또래 친구들을 대상으로 엄마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그 질문 중 하나가 지금 우리 나이였을 때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모두 똑같이 한 말이 “엄마 나를 낳지 말아요”였다.
엄마라는 이유로, 당신의 인생을 희생한 그녀들에게 우리가 아닌 그녀 자신들을 위한 삶을 살라고, 시간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 나이였을 스물다섯 살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엄마, 꼭 다시 아빠를 만나 나를 또 낳아주세요. 그리고 내 동생을 낳아주세요. 나는 엄마가 또 보고 싶어요. 우리 가족이 또 보고 싶어요.”
탁탁탁탁 들리는 타자 소리를 위로삼아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사랑하는 가족이 참 그립다.
<
정지현 / UC버클리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