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이 북미회담에서 고려할 점들

2018-08-15 (수) 이승우/변호사
작게 크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는 기본적으로 대결구도에서 화해무드를 탔다. 북미회담 이전으로 북미관계가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먼저 미국 내의 정치적 이유이다. 트럼프는 국내정치에서 러시아 스캔들,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은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았을 때 트럼프로서는 국면을 전환시킬 기회가 북한 핵문제이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핵무기의 파괴력 때문에 미국은 이전의 북미관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상대들은 모두 군사력이 약하고 핵무기를 가지지 못한 약소국이다. 미국은 철저히 전쟁의 결과를 계산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확전될 가능성이 있을지 그리고 승리가 가능할지 등등 미국이 고려하는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했을 때 초래 될 참상은 분명하다. 베트남전에서 패배를 맛보았던 미국이 단순히 미국민의 잠재적인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북한을 치기에 북한은 너무도 위험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조중 방위조약’ 때문에 중국의 개입도 필연적이다.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도 있다.


동북아의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는 분명히 미국이 어떻게 동북아 외교정책을 수립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국은 패권을 놓기를 원치 않는다. 이 점을 중국과 북한은 인지해야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적인 힘의 우위를 무시하고 이념에 바탕한 상호주의는 국제질서 재편을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패권주의는 무조건적이지 않다. 현실적인 힘의 냉철한 계산에서 상대를 다루고 상대를 인정한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정치의 실질적인 2인자로 인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미국은 허용하지 않는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의 군사적인 대립이나 무역 분쟁은 2인자를 다루는 1인자 미국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국제정치적인 입장은 북미대화를 통한 여러 이슈들, 즉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의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은 해당 선언과 협정이 현재의 미국의 패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유심히 분석하고 있다. 너무 신속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많은 것들, 즉 핵무기 실험장 파괴, 로켓 발사장 해체, 3명의 미국시민들 방면, 미군유해 송환 등 많은 가시적인 양보를 먼저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오히려 대북제재를 1년 더 유지하고 자산동결을 유지하는데 것에 대해 상호주의적인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미국의 외교정책을 북한에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약자가 가지는 도덕적인 상호주의를 수용하기에는 미국의 외교정책 관행은 너무나 견고하다. 트럼프와 협상 기간 중에 시진핑을 만나는 행위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현명한 전술일 수는 있으나, 그만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 변화는 더뎌진다.

미국의 패권에 대한 가시적인 도전이 아니라 현실적인 역학구도를 인정할 때,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와 자산동결 해제 그리고 경제원조까지도 빨리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주장을 결국은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혜안을 북한 외교부가 조속히 가지기를 바란다. 한국정부도 북한에 국제정치의 현실을 조금씩 알려주기 바란다. 현실적인 역학관계의 수용, 이것은 새로운 국제질서 정립의 시작일 수 있다.

<이승우/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