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친구 집에서 놀다가 다친 적이 있다.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 엄마가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아이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그 엄마를 안심시킨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이의 팔에 난 상처를 다시 보려고 하자 아이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엄마, 애니 엄마가 나 다쳤다고 말했을 때 왜 웃었어?”
처음에는 그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딸에게 다시 한 번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이 다쳤는데 엄마인 내가 걱정하는 표정 대신 왜 웃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애니 엄마와 얘기를 할 때 나의 표정을 보고 웃는다고 오해를 한 것 같았다. 아이에게 “엄마는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애니 엄마가 너무 걱정을 하니까 미안해서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는 예전에 한국방문 중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친척 어린아이가 부모로부터 꾸중을 듣고 있을 때, 주위에 있던 어른들이 모두 웃고 있어서 자신은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가지고 있던 사탕을 주면서 같이 슬퍼했다고 했다. 그 당시 아이로 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그냥 별일이 아닌 듯 넘어갔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미국 고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할 때의 일이 생각이 난다. 하루는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치던 미국인 교사가 한국학생들은 가끔 심각한 상황에 웃는 데 왜 그런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많은 그 교사는 아마 문화적인 차이일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인인 나에게 설명을 부탁했었다. 그 교사의 경험이 바로 딸의 반응과 같은 것이었다. 그 교사는 나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문화적 차이라고 받아들였다.
문화마다 감정 표현과 바디 랭귀지가 많이 다르다. 예절이나 바른 언행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만, 작은 표정이나 몸짓 하나하나가 의사소통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그 상황에 따라 고치고 적응을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부분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은 쉽게 조정이 잘 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문화가 다른 사회에 살면서는 남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태도를 고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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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 밀러/머시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