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너지기는 쉬워도 쌓기는 어려운 신뢰

2018-07-27 (금) 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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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뉴욕타임와 USA투데이, ABC와 CBS 등 주요 주류 언론들은 헤드라인 기사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가 역사에 남을 대형 ‘사고’를 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인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머세데즈-벤츠, BMW, 포르셰와 렉서스 등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1~3위를 휩쓸면서 나온 기사들의 헤드라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 한국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기아, 현대가 품질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2018 IQS 평가에서 제네시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3개 프리미엄 브랜드 중 68점을 받아 2년 연속 1위에 평가됐다. 제네시스가 받은 68점은 전체 평가에서도 1위다. 또 18개 브랜드가 평가를 받은 일반 브랜드 조사에서 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72점과 74점을 받으면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는데 이 또한 전체 평가에서도 2,3위다.


올해 IQS 평가는 2018 신차 모델을 구입한 무려 7만5,712명 소유주를 대상으로 차 구입 후 첫 90일간의 평가를 조사했다. 조사는 차 100대 당 문제 건수를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문제가 적고 품질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JD파워의 IQS 평가는 조사의 방대함과 철저한 객관성 등으로 자동차 품질조사에서는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생태적으로 칭찬에 인색하고 잘 한 것보다는 잘 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에 익숙한 기자지만 이번 현대·기아차의 평가 결과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류 매체들이 “자동차 제조 역사 상 특정 자동차 제조사가 이처럼 빠른 시일에 이처럼 급격하게 품질 개선을 이룬 경우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고 지적한 것처럼 이번 결과는 현대·기아차의 지난 20년간 품질 경영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의 신뢰는 무너지기는 쉬워도 쌓기는 어렵다. 지난 1986년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많은 미주한인들이 현대차를 사주었지만 80년대와 90년대 불거진 여러 품질 문제로 실망을 한 많은 미주한인들이 아직도 현대·기아차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조사에서 많은 한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렉서스와 도요타, 혼다 등의 평가가 현대·기아차에 비해 한창 밑인데도 말이다. 렉서스가 84점으로 업계 평균 점수인 93점을 상회했지만 도요타 96점, 애큐라 99점, 혼다 102점, 미쓰비시 111점, 수바루 115점 등으로 한국차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

그런데도 많은 한인들은 아직도 막연하게 일본차는 무조건 좋고 한국차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차를 최근 10년래 구입한 많은 미주한인들은 현대·기아차의 품질과 성능에 만족하면서 재구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자도 현재 타고 있는 차를 포함, 지난 10여 년간 한국차를 3대 연속 아무런 문제없이 잘 타고 있는데 품질과 성능, 안전성, 디자인, 가성비 측면에서 만족한다.

사실 기자가 한국차를 사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 남가주 한인들이 광복절을 맞아 일본 총영사관에 데모를 한 적이 있어 동행했었는데 그때 일본인 영사가 한 애기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굴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사는 데모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에게 “반일 데모를 한다며 여기 온 한인 상당수는 도요타나 혼다를 몰고 있어 일본에 호의적인데 이건 분명 관제데모인 것이 분명하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는 한술 더 떠 “재미일본인은 3세, 4세라도 한국차보다는 일본차를 산다”며 은근히 한국차와 한국인을 비하하는 언사까지 했다.

이후 기자는 가능하면 차나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을 구매할 때 의식적으로 한국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기자의 한국차 구입은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지난 1975년 이민 온 기자의 아버지(87세)는 고령으로 작년에 운전을 중단하셨는데 42년 운전기간 동안 일본차는 한 번도 타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첫 30년간 미국차를, 이후 10여년은 한국차만 타셨다. 아버지는 몸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가능하면 한국 제품을 사는 것이 작은 애국의 실천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만약 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고 그동안 한국차 구입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참에 한국차도 후보로 고려하라고 적극 권유하고 싶다. 미국에서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차량 구입은 집 다음으로 큰 구매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차 제조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한국제품, 또 한인업소를 애용해주는 의식적인 ‘애국 소비’가 우리 것을 지키는 소중한 작은 실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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