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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을 긍정하다, 그 새 트렌드에 대해···

2018-07-25 (수) 12:00:00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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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을 긍정하다, 그 새 트렌드에 대해···

미국에서 1996년 만들어진 단체‘보디 포지티브’의 홍보 사진. <보디 포지티브 홈페이지>

자기 몸을 긍정하다, 그 새 트렌드에 대해···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최근 몇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트렌드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자기 몸 긍정주의가 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긍정하자는 것을 뜻한다.특히나 본격적으로 옷이 짧아지고 얇아지는 여름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만 하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긍정하자는 태도는 패션에 있어 상당히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늘어 나고 있는 플러스 사이즈 제품이나 그런 제품의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파리나 뉴욕 패션위크, 패션 광고에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제한하거나 각종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이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늘어나는 것들도 이런 흐름에 기반하고 있다.

더 큰 시각으로 보자면 스트리트 웨어에 기반한 젠더리스나 유니섹스 패션도 마찬가지다. 이런 옷은 결과적으로 성별에 기반해 나뉘어져 있던 기존 옷의 질서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왜곡된 기준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옷의 형태는 정해진 성 역할과 큰 관련이 있다. 이런 제한은 미디어 등에 의해 강화되고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사회적인 압박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개인에게 내재화 되어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든다.

큰 키, 적은 몸무게, 흰 피부의 여성을 사회적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어 내는 건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소비 문화가 급격히 발전할 때 계급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기반으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이상적인 신체의 표준화는 중산층의 성장 속에서 하이패션 브랜드들이 대대적으로 부상하면서 광고 등의 강력한 이미지를 통해 계속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다양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옷과 신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자기 몸 긍정주의는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상해가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 가고,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렇게 되지 않는 걸 자기 관리의 부실이라고 믿고 있다.
주의할 것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은 몸을 멋대로 방치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등 건강한 삶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똑같은 운동을 해도 그 결과는 다르게 마련이다. 그저 편안한 옷만 입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몸을 적당히 압박하는 잘 만들어진 옷을 차려 입는 즐거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각자 알아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일이고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어떤 옷을 입든 그건 그 사람이 결정한 일이고 남이 뭐라 간섭할 일이 아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자기만의 취향이 발전한 결과일지 아니면 현재 특수한 상황 같은 게 있는지 타인은 알 수가 없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자신의 신체와 입은 옷의 책임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신체도 패션도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 책임과 평가도 자신의 몫이라는 의미다. 결국 남이 보기에 어떻다를 말하기 전에 보다 냉철하게 자신의 삶을 주시하고 관리하고 취향을 가꿔가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다들 그렇게 해 나가면 기존의 멋이 다시 정의되고 판단의 기준도 바뀔 것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각자 마음에 들고 어울리는 옷을 입자는 문제를 넘어, 타인의 신체와 의복에 대해 평가하거나 심지어 함부로 폄훼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하지만 워낙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데 익숙한 사회다. 방송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쉽게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걸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해 오고 들어왔다. 즉 그저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고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거기서 시작해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패션을 탐구하는 일로 나아가는 일은 이렇게 새로운 태도가 정착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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