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가항력

2018-07-23 (월) 12:00:00 김범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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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부모님들이 가끔씩 이런 질문을 한다. “너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처하기 그지없다.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가끔씩 남편과 아내가 이런 질문을 서로 주고받을 때가 있다. “당신 내가 좋아? 아들이 좋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질문을 받는 사람이나 정답 없는 질문을 하고 정답 없는 대답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프랑스 말로 ‘포스 마쥬어’(Force Majeure)라고 한다. 구태여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결단해야 하는 불가항력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딱 한국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단어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보편성이 있고, 특수성이 있다. 위험한 일을 만나면 잘 대처할 수 있기도 하고, 벌벌 떨기도 한다. 물에 빠지게 되면 남을 살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도 있고, 혼자서 살겠다고 발버둥 칠 수도 있다. 혼자 살겠다고 하면서 나무를 붙잡는 경우도 있고, 그냥 물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우리는 남이 실수했을 때 신랄하게 비판하곤 한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하기도 했지만 못할 때도 있었다. 멕시코와의 경기를 할 때 장현수 선수가 수비를 하다가 손을 들어서 공이 손에 맞아 페널티킥을 주게 됨으로 인해서 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SNS에서는 그 실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비난의 소리를 했는지 모른다. 누가 일부러 손을 들어서 페널티킥을 만들고 싶었겠는가? 그 상황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었을 것이다.

누구든지 피치 못할 불가항력적인 상황, 포스 마쥬어를 만날 수 있다. 이럴 때 마다 우리는 이해와 용서 그리고 관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범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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