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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내삽관술 “노인환자에 효과 별로, 고통만 가중”

2018-07-13 (금)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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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가쁠 때 기관 절개해 튜브 넣는 시술, 생명 구하지만 환자 3명 중 1명 병원 사망

▶ 80~84세 시술환자의 퇴원율 19%에 불과

기관내삽관술 “노인환자에 효과 별로, 고통만 가중”

기관지를 절개하고 튜브를 넣어 호흡하도록 해주는 삽관술은 노인 환자들에게는 별 효과없이 고통만 안겨줄 수도 있다. [그림 David Plunkert]

죽음에 가까운 환자들이 숨이 차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증상을 보일 때 응급실에서 자주 시술하는 것이 기관을 절개해 튜브를 집어넣는 삽관술이다. 그러나 노인 환자의 경우 기관내삽관술이 효과는 별로 없이 고통만 가중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보스턴의 브리검 여성병원 응급 의사이며 연구원인 닥터 케이 우치는 응급실에서 삽관술을 받은 노인 환자들에 관한 연구에서 삽관술이 생명을 구하는 시술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 생명의 연장일 뿐 삶의 가치를 연장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삽관 시술을 한 환자를 며칠 후에 찾아가보면 차도가 없고 의식도 없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고, 환자 가족이 “자기 같으면 이런 시술을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응급실 의사로서 그는 삽관시술을 늘 시행해왔다. 환자를 마취시키고 목을 절개해 플라스틱 튜브를 집어넣은 다음 산소 호흡기에 연결시켜 대신 숨 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시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환자나 가족에게 설명하는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최근 미국 노인병학회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이에 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치 박사와 동료들이 65세 이상 성인 3만5,000명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262개 병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삽관을 통한 기계적인 인공호흡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3분의 1은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을 알게 됐다.

노인 환자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퇴원 통계다. 삽관 시술을 받은 환자 중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사람의 63%는 집이 아닌 다른 곳, 짐작컨대 요양기관으로 보내졌다. 거기서 단기 재활을 거쳐 집으로 돌아갔는지, 장기투숙 환자로 남았는지 여부는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삽관술의 효과는 나이가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시술 후 65~74세 환자는 31%가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80~84세의 노인들은 그 숫자가 19%로 떨어지고, 90세 이상에서는 14%로 줄어든다.

삽관술을 받은 모든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계속 마취상태에 있게 된다. 삽관 상태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에게 의식이 있다면 기관절개 튜브와 영양 및 약물 공급 정맥주사를 다 빼버리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을 할 수도 없다.

2015년 예일 대학의 한 연구는 중환자실 체류 전과 후의 노인(평균 83세)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중병을 앓기 전의 환자의 상태에 따라 1년 이내에 기능이 저하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삽관시술을 한 사람들은 중환자실의 다른 환자들보다 두배 이상의 사망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경우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한 닥터 우치는 결과를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많은 경우 더 악화된다고 전했다.

삽관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침습적 호흡관리’라고 알려진 대체요법도 마찬가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양방향의 기도 압력을 줄이는 바이팹 장치를 말한다.


코와 입을 덮는 팽팽한 마스크도 특정 조건을 가진 환자들에게 튜브 삽관을 하는 것만큼 숨을 쉬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고 있고, 물을 한 모금 마시거나 짧은 대화를 위해 마스크를 잠깐 뗄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원들이 이 기법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을 때, 삽관을 하지 않고 비침습성 호흡관리를 택한 환자들에 관한 27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 생존해서 퇴원했다. 이들중 많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들어가지 않고 일반 병동에서 치료받았다.

피츠버그 의과 대학의 의사이자 윤리학자인 더글러스 화이트 박사는 비침습성 호흡관리가 기계 인공호흡보다 우수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요의 연구에 포함된 대부분의 환자들도 1년 안에 사망했다. 하지만 바이팹을 임시 옵션을 사용함으로써 가족과 의사가 환자에게 삽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모두 당황해있는 응급실 환경에서는 환자의 예후와 소망에 대한 사려 깊은 논의를 하기 힘들다. 닥터 화이트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의사와 가족은 중증환자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서로 매우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지 가족들이 의사가 설명한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다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결정을 내리는데 방해가 되곤 한다. 말하자면 똑같은 상태의 환자 대부분이 죽는다 해도 나의 엄마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낙관적 편견이다.

삽관술의 결과는 종종 의사가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심장 관련 질환(폐기종, 폐 암, 심부전)이 있거나 폐렴에 걸리기 쉬운 노인 환자나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의 말기 단계에 접어든 환자들은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중환자 의사 마이클 윌슨은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관을 삽입하기 전에 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신과 병원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회복되어 건강해질 수도 있지만 지금이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삽관술을 준비하는 데는 대개 몇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는 그동안 사람들이 서로 애정과 확신, 위로의 말을 나누도록 권유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환자의 마지막 말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닥터 윌슨은 중환자실에서 이 방법을 50번 정도 사용해왔는데 이런 시간에 환자와 가족들이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거의 항상 “사랑해”와 “잘 나을거야”였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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