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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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프링스 사막에 우뚝 솟아오른 ‘오아시스 숲’

2018-07-13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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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San Jacinto - Marion Mountain Trai

팜스프링스 사막에 우뚝 솟아오른 ‘오아시스 숲’

Mt. San Jacinto 정상에서 바라본 광대한 Coachella Valley.

팜스프링스 사막에 우뚝 솟아오른 ‘오아시스 숲’

Mt. San Jacinto 정상에 오른 등산인들.


팜스프링스 사막에 우뚝 솟아오른 ‘오아시스 숲’

Mt. San Jacinto 정상부에 있는 비상대피소.


“하절의 지락은 무엇보다 산수의 소요유에 있다. 근역같은 산수향에 태어난 조선인은 자연의 혜택을 남달리 많이 받은 만큼, 이 점에서 일종 청복이라면 청복이다. -- 죽장망혜로 금강의 영산을 순례하고 영동의 팔경을 답파하여 산수미를 싫도록 배불리 함은 또한 인생의 쾌사가 아닐까.” - 문일평 선생 ( 1888~1939 )의 ‘산수의 이상향’ 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이를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남가주에 걸맞게 각색하면 이렇게 되나?

“여름철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보다 산을 찾아 청량한 숲의 푸르름과 전망을 즐기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남가주같이 빼어난 날씨와 명산준령이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자연의 혜택을 남달리 많이 받는 만큼, 이 점에서도 가히 크나 큰 축복을 받고 있다고 하겠다. 적절한 등산용구를 갖추어 샌게브리얼산맥을 순례하고 샌하신토와 샌버나디노산맥을 답파하여 산수미를 만끽함은 우리 남가주동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지극한 복락이 아닐까.”


우리의 선조들은 산수를 사랑하고 즐기는데 무척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 멋을 아는 풍류선비들은 수시로 원근의 승지를 찾아 요산요수의 삶을 즐기고 때로는 금강 지리 백두 등의 명산을 찾아 호연지기와 삼강오륜의 절의를 키웠다는 것을 알겠고, 일반 여민들도 봄가을 호시절이면 날을 받고 추렴을 하여 인근의 승지나 산수간으로 상춘을 나가거나 단풍놀이를 가서 빼어난 자연을 벗 삼고 훈훈한 정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지역마다 관동팔경이니 한양십승이니 하는 식으로 고향의 승지에 대한 사랑과 자랑이 돈독했던 것이겠다.

오늘은, 사막지역에 우뚝 솟아난 하늘위의 오아시스라고도 할 수 있을, 팜스프링스의 Mt. San Jacinto를 찾아간다.

이 Mt. San Jacinto를 등정하는 일반적인 루트는 총 7개가 되는데, Tram Route와 C2C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있는 서쪽과 남쪽의 기슭에 있다.

아무튼 이 아름답고 신령스러운 산, Mt. San Jacinto의 녹음이 우거진 남서쪽 기슭을 구불구불 30마일에 걸쳐 통과하고 있는 이 243번 도로가 없다면 오늘 우리가 이렇듯 편안한 하루 산행으로 정상에 오르고 내릴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니, 이 길을 만드는데 기여한 그 시절의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경의를 드릴 뿐이다.

오늘은 이 남서쪽 기슭에서 정상에 오르는 Trail가운데, 편도 6마일로 등산거리가 가장 짧으나 순등반고도는 4534’(10834’-6300’)가 되어 만만치 않은, Marion Mountain Trail을 안내한다.

고도에 따라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큰 바위덩이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시야가 탁트인 시원한 전망도 있는 매우 아름다운 루트로, 산행에 보통 왕복 8~9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 루트로 산행을 할 때는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수종의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으니, 즉 Jeffrey Pine, Incense Cedar, Oaks, Manzanita들이 주종인 고도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Sugar Pine, White Fir가 중심이 되는 산록을 지나고, 마지막으로 귀티나는 Lodgepole Pine들이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Trail은 미본토의 제1봉인 Mt. Whitney(14503’)를 비롯한 시에라네바다의 고봉들을 등정키 위한 고도적응훈련 차원에서, 많은 등산동호인들이, Mt. Baldy(10064’)의 Bear Canyon Trail과 Mt. San Gorgonio(11503’)의 Vivian Creek Trail과 함께, 거의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이기도 하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10번 Freeway East를 타고가다 Downtown 부근에서 60번 East로 진입하여 약 76마일을 달리면 다시 10번 Freeway East에 합쳐지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5.8마일을 더 가면 ‘8th St / CA- 243’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내린다.

8th St.에서 우회전하여 0.1마일을 가고, Lincoln St.에서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CA-243 / San Gorgonio Ave 가 된다. 우회전하여 243번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19마일의 산길을 가면, Forest Route 4S02가 왼쪽으로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200m를 들어가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은 왼쪽이지만, 입산허가를 받기위해서는 오른쪽 길을 택해 50m정도를 나아간다.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에 자그마한 무인 안내포스트가 서있는데 그곳에 2매1조의 입산허가 서식이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여 앞장은 수거함에 넣고 뒷장을 휴대한다.

50m를 되돌아 나와 왼쪽의 갈림길로 들어가서, 중심도로를 따라 1.6마일을 나아가면 오른쪽에 Marion Mountain Trail 입구 표지판이 있다. 왼쪽으로 10여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117마일이 되는 거리이며, 전 구간이 포장도로이다.

등산코스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기 0.4마일에 약간 내리막으로 접어들면서 이 때 왼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보인다. Marion Mountain Camp이다. 좌측의 캠프에서 올라오는 길이 우측으로 올라가며 우리의 등산로와 교차하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이제 곧 서서히 경사가 급해진다. Marion Mountain을 오른쪽에 뒤에 두고 그 북서쪽 기슭을 돌면서 대체로는 북동쪽 방향으로 나아간다. 등산로입구에서 대략 1.3마일의 거리에 이르면 Wilderness 임을 알리는 Sign이 나오는데, 굵직굵직한 침엽수들과 함께 집채같은 바위덩이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어 드물게 빼어난 운치를 지닌 숲길이 되어 진다.

2.7마일되는 지점에 오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PCT를 겸한 Deer Springs Trail에 통합되어 짐으로써, Marion Mountain Trail이라는 이름의 구간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 지점에서 30m쯤을 직진하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Seven Pines Trail이 합류되어 진다. 여기에서부터 약 1마일의 구간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데, White Fir와 Sugar Pine이 주종이 되는 침엽수림이 울창하고, 등산로는 잘 다져진 흙길이라 걷기에 아주 쾌적하다.

3.2마일 지점에 이르면 5마일 밖에서부터 올라오는 Fuller Ridge Trail이 왼쪽에서 합류되어 짐으로써, 모두 4개의 Trail이 통합되어진 Deer Springs Trail 이 계속된다. PCT는 정상을 경유치 않고 이곳에서 Fuller Ridge Trail을 따라 북서쪽으로 빠져 나간다. 대략 9000’의 고도지역이다.

다시 경사가 커지는 오름길을 한동안 지나고 나면 경사가 다시 완만해 지면서 이윽고 고도 9800‘내외의 Little Round Valley 에 이르게 된다. 4.4 마일 지점으로 건기가 아닐 때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사이로 무성한 Corn Lily의 초원을 볼 수도 있다.

이 Little Round Valley의 북쪽 끝에 이르면 길이 동쪽을 향하여 다소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온통 거목으로 성장한 Lodgepole Pine 일색으로, 아름다운 숲이고 숲길이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이 다하면, Jean Peak과 San Jacinto Peak 사이의 고도 10600’의 Saddle에 올라서게 되는데,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Tram Route Trail과 만나는 곳으로, 상세한 표지판이 있다. 5.7마일 지점이며 정상까지는 0.3마일을 남겨두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 0.2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돌을 쌓아 지은 아름다운 건물이 있다.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을 맞아 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국유림을 잘 보전키 위한 기초작업을 하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게 하려는, “2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에서 결성했던 “Civilian Conservation Corps(CCC)”에서 1936년에 만든 대피소이다. 이 지역에는1933~1934년에 최초의 CCC가 결성되어 활동하였는데, 여러 식구들이 있는 가족의 18~25세의 청년들을 6개월을 복무기한으로 모집하여, 정부가 침식을 제공하면서 매월 $30을 보수로 하되, 그 중 $25은 가족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한 일종의 구휼정책이었다.

모집된 청년들은 육군과 산림청의 지휘아래 단체로 막사생활을 하면서 국유림 안에 소방도로, 등산로, 야영장, 산불감시망루 등을 건설하는 일을 해냈다고 하니, 오늘날 우리 등산인들은 이들 무명의 청년들이 산에 바쳤던 노고에 마땅히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겠다.

이 대피소의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이내 큰 바위덩이들이 이리저리 무작위로 포개져 있는 바위무더기의 꼭대기에 이른다. 고도 10834’에 이르는 남가주의 제2봉 Mt. San Jacinto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꽂혀 있다.

북쪽의 Mt. San Gorgonio와 Banning Pass, 동쪽의 Coachella Valley의 웅장한 경개를 충분히 보고 감탄한 후에는, 똑바로 남쪽을 향하여 서 보자. 바로 정면 가까이에 있는 산이 Jean Peak(10670’)이고, 그 오른쪽으로 좀 낮은 봉우리가 Newton Drury Peak(10160’)이며, 이 두 봉우리 사이로 조금 멀리 보이는 산이, 그 북서쪽 옆구리에 가느다란 길을 내어줌으로써 마침내 우리가 이곳 Mt. San Jacinto 정상에 오를 수 있게끔 발판이 되어 준, 1897년에 아가씨 선생님 Marion Kelly에게 헌정되어진 아주 큰 산, Marion Mountain(10362’)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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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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