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눅눅해진 공갈빵

2018-07-06 (금) 폴 손 엔지니어
작게 크게
눅눅해진 공갈빵

폴 손 엔지니어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인간은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 갈등을 피하려고 쉽고 편한 길로 들어서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어릴 때 본 영화 중 영화 “산 (1956년 작)”이 기억난다. 알프스에 추락한 여객기로부터 귀중품을 습득하고자 하는 동생과 동생의 안전을 위해 동행했던 산악인 출신인 형의 이야기이다. 정작 추락 현장에 이르자 유일한 생존자인 힌두 여성을 보고 그녀를 구하려는 형과 추락한 비행기에서 습득한 재물에 눈이 뒤집힌 동생과의 갈등을 그렸다.

형제 간 싸움, 부부 간 싸움,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하는 이웃 간의 싸움, 국가 간의 전쟁도 모두 갈등의 산물이다. 모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정당화하며 정의롭다고 자화자찬을 한다.


조선시대 선조는 황윤길과 김성일을 왜국에 파견하여 그들의 내정을 탐지하도록 명했다. 이들의 보고는 서로 상반되어 결국 김성일의 무사안일한 보고가 채택되었다. 그 결과 태평성대를 꿈꾸던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큰 역사적 교훈을 받았다.

요즘, 편안한 은퇴를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보는 온라인 광고를 흔하게 접한다. 이 계산을 65세가 되어서 두들겨 볼 때에는 한참 늦었다. “행운은 준비된 자를 선호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만사에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북방송이 중단되고,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두번이나 만나고, 미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연결되었지만 한반도의 비핵화는 말만 무성하고, 한미연합 훈련은 중단되었다.

힘은 가진 자만이 쓸 수 있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선 통일의 그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힘을 키워야한다. 최선을 기대하면서 최악에 대비해야한다. 자유와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작년 봄부터 전쟁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터에 이 정상회담은 금세 평화라도 가져다주는 듯했다.

협상의 명수라는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합의문에는 핵에 관해 CVID 조항 하나 없이 추상적인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두 정상의 대등한 만남으로 트럼프는 본의 아니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느낌이 든다.

미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미사일과 핵 관련 시설을 은폐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토록 큰소리치던 트럼프의 끝장 담판은 공갈빵이었던가? 업무오찬에 나왔던 갈비찜에 눅눅해진 공갈빵.

<폴 손 엔지니어>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