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공한 사람

2018-07-03 (화) 양주옥 /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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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3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기 위해 플로리다를 다녀왔다. 대학에 진학하고 몇 번 만나고는 친구가 먼저 미국으로 이민 가는 바람에 우린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고 우연한 기회에 연락이 닿아 가끔 소식만 주고받다가 벼르고 별러서 간 것이다.

설레는 맘으로 공항에 도착하자 남편과 함께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어쩜, 얼굴을 본 지 삼십 년이 지났는데도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반갑고 좋던지 우린 차 안에서부터 조잘대며 그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게 참 어렵다. 학창 시절 만난 것처럼 오롯이 시간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누고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를 찾기는 더 힘들다. 그런데도 난 그런 좋은 친구를 만났다.


나이는 나보다 많지만 내 얘기에 귀기울여주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같이 울어 주기도 하며 어렵고 힘들 땐 위로해주는 친구다. 각자의 처지는 다르지만 이렇게 진심을 나눌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멀리 있어도 곁에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활력소가 되는지 모른다. 인생에 있어서 제대로 된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나는 어디에 있든지 진심으로 서로를 축복하고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이렇게 있으니 분명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들을 떠올리다 보니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양주옥 /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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