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대화

2018-07-02 (월) 유영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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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제외하곤 이러한 현실을 잊고 산다. 특별한 시간이란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때나, 지인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자신이 심하게 아플 때이다. 그때마다 고개를 드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아쉬움이다. 가끔은 잘못된 대화를 한 실수에 대한 후회도 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주고받아야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 과시와 스트레스 해소가 대화의 주를 이뤘다. 서로 잘 주고받을 수 있어야 성숙한 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시 네빌은 “진정한 대화의 기술은 알맞은 곳에서 알맞은 말을 하는 것뿐 아니라, 안 맞는 곳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불쑥 해 버리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알맞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맞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대화란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는 모든 순간에 최선과 정성을 다해야만 하는 과업이란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독이 되기보다는 약이 되는 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그만큼 말과 대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문득 법정 스님의 글이 떠오른다. “남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은 다른 귀중한 것을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글을 읽은 후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나도 남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유영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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