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10여분간 공격 포기한 끝에 폴란드에 0-1로 패배
▶ ‘페어플레이 포인트’ 로 세네갈 따돌리고 조 2위로 16강

0-1로 뒤진 경기에서 마지막 10여분 동안을 볼을 돌리는 작전으로 나가 패하고도 16강에 오른 일본 선수들이 경기 후 굳은 얼굴로 필드를 나서고 있다. [AP]
필드로 관중들의 소나기 야유가 쏟아졌으나 일본 선수들은 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공격할 생각 없이 계속 뒤에서 볼만 돌렸다. 장장 10여 분 동안 소나기 같은 야유를 참아내며 볼 돌리기로 시간을 보낸 일본은 경기에 지고도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 아시아팀으로 유일하게 16강에 오르는 실리는 챙겼지만 명분을 잃었고 새로운 논란까지 불러온 개운치 못한 결과였다.
28일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일본은 이미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던 폴란드에 0-1로 패했다. 하지만 동시에 열린 또 다른 H조 최종전에서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꺾은 덕에 일본은 콜롬비아(2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조별리그를 1승1무1패, 승점 4, 득실 0, 득점 4로 마치며 세네갈과 모두 똑같았으나 다음 타이브레이커인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세네갈에 앞서 16강 티켓을 따냈다. 일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출전국 중 가장 적은 단 28개의 파울을 범했고 경고 4장을 받아 6장의 경고를 받은 세네갈을 따돌렸다. 반면 한국은 3경기에서 무려 63개의 파울을 해 출전국 중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은 이날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14분 프리킥 상황에서 폴란드의 얀 베드나레크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탈락하는 위치였다. 필사적인 일본은 다음 20여분동안 총공세로 나섰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탈락을 향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동시에 벌어지던 콜롬비아-세네갈전에서 콜롬비아가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콜롬비아가 그 스코어대로 이긴다면 페어플레이 점수로 16강에 오른다는 사실을 계산한 일본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후반 38분부터 볼 돌리기 작전을 지시했다. 관중들의 소나기 야유가 쏟아졌으나 꿈쩍도 안고 추가시간까지 10여분 가까이 전혀 공격할 생각도 없이 볼만 돌렸다.
경기에 이기고 있는 팀도 아니고, 지고 있는 팀이 이기기를 포기하고 스코어 현상 유지만 하겠다는 비신사적인 작전이었다. 만에 하나 세네갈이 남은 시간동안 득점에 성공한다면 일본이 떨어지기에 위험성도 큰 작전이었다. 차라리 최선을 다해 동점골을 뽑는다면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도 그것을 포기하고 세네갈이 골을 못 넣기만을 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앞서 있던 폴란드도 적극적으로 볼을 빼앗으러 달려들지 않다보니 일본의 볼 돌리기는 10여분이나 계속됐고 결과적으로 세네갈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득점에 실패하면서 팬들의 야유와 비판에도 불구, 일본은 목표인 16강 티켓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경기 뒤 니시노 감독은“본의는 아니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선수들에게도 성장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라며 “(야유를 받은) 선수들은 무척 어려웠을 테지만, (16강에 진출해) 앞으로도 강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해명했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도 “답답한 경기를 했다”면서도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이렇다. 우리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과 이해가 공존한다. 일본 사커다이제스트는 “팬들 사이에서도 ‘월드컵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라는 비판과 ‘그래도 16강에 나가지 않았는가’라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바깥의 여론은 차갑다. 영국 BBC 해설위원인 마이클 오닐 북아일랜드 대표팀 감독은 “일본이 수준 낮은 경기를 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좀 나아져야 한다”고 평했다. 전 에버턴 선수 레온 오스먼은 “경기 후반 교체 출전한 하세베가 일본 선수들에게 ‘옐로카드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더라. 일본은 정말 형편없는 경기를 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날 세네갈에 무조건 이겨야 했던 콜롬비아는 후반 29분 후안 페르난도 킨테로의 코너킥을 예리 미나가 강력한 헤딩슛으로 꽂아 넣어 세네갈을 1-0으로 따돌리고 H조 1위로 16강에 올라 G조 2위인 잉글랜드와 8강 티켓을 다투게 됐다. 일본은 G조 1위 벨기에와 16강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