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데뷔 앞두고 아내에게 “무섭지만, 평생 꿈꿔온 순간” 편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조현우가 20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의 첫 경기인 18일 스웨덴전에서 대표팀은 0-1 패배를 떠안았지만, 그 와중에도 팬들의 큰 지지를 얻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우뚝 선 조현우(27·대구FC)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꾸준히 신임을 얻어 본선 첫 경기까지 장갑을 낀 그는 한국이 고전한 가운데 연이은 선방으로 위안을 안겼다.
소속 구단인 대구FC는 20일 조현우와 그의 뒤를 든든히 지키는 가족 얘기를 전했다.
조현우는 2016년 12월 대학 연구원이던 연상의 아내 이희영(29) 씨와 결혼해 9개월 전 딸 하린 양을 얻었다.
이 씨는 출산 전후를 제외하곤 매번 홈 경기장을 찾아 힘을 실었다. 어린이날엔 어린이 팬을 위한 간식 꾸러미를 손수 마련해 응원에 보답하는 등 내조도 톡톡히 한다.
무뚝뚝한 조현우는 고마운 마음을 일일이 표현하지 못하지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속 깊은 남편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난 이후 전지훈련 때문에 해외에 머물게 되자 시작된 사랑의 메시지가 요즘도 집을 떠나있을 때면 이어진다.
스웨덴전에 선발로 나설 거라고 처음 귀띔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현우와 딸 하린 양[대구FC 제공=연합뉴스]
당시 조현우는 이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월드컵에 왔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모든 상황이 우리가 말하던 대로 이루어지고 있어"라며 기쁨을 나눴다.
"지금 솔직히 많이 무섭고 긴장되고, 평생 꿈꿔온 순간인 만큼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지금이라도 무섭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 이 순간까지만 생각할 거야"라며 다른 이들에겐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편지 속에 두려움을 모두 내려놓은 그는 스웨덴과 당당히 맞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의 첫 월드컵 경기를 지켜본 이 씨는 구단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을 멋지게 해내고 있어서 정말 존경스러워. 하린이와 나는 여기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을 테니 몸 건강히 다치지 말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앞으로는 거미손으로 불러줄게"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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