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에트리스 핀 ICAN(핵무기폐기 국제운동)사무총장
스웨덴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두 가지가 있다. 동계올림픽과 노벨상이다. 오슬로에서 돌아와 ‘핵무기폐기 국제운동’(ICAN) 대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감회를 안고 보았던 올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나는 그 두 가지가 연결되어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스웨덴 하키팀과 남북한 단일팀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광경이 실제로 벌어졌고, 이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신중한 외교 정책이 낳은 성과였다. 문 대통령이 한 번 더 확신에 찬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2017년 ICAN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핵무기 금지협약에 가입한다면, 2018년 노벨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리라 본다.
핵무기 금지협약은 핵무기가 무차별 대량 학살을 초래하는 인류에 대한 혐오스러운 위협이며, 현대 전쟁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기본전제에서 출발한다. 지난 7월 122개국이 핵무기를 거부하는 UN협약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의 신중한 평화 외교정책이 보일 다음 행보로 무리가 없다.
문 대통령은 올해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도모하는 데 있어 많은 일을 이뤘다. 문 대통령이 매일 아침을 맞는 서울은 수천 개의 무기가 조준하고 있는 곳이다. 이 무기들이면 미국의 핵무기가 국경 너머 북에 닿기 전에 눈짓 한 번으로 한국의 수도를 파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언어 전쟁과 김정은의 성공적인 핵 역량 입증이라는 올가미에 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올해 초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에 놓여 있었음을 잊기 쉽다. 핵전쟁 직전에 세계를 되돌려 놓은 것은 누구인가? 그 장본인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문 대통령은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을 가둔 올가미를 스스로 움직여 위기를 극복해 냈다. 다른 이들이 트위터로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동안, 그동안 폄하되던 연성 외교를 적시에 신중하게 수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호명함으로써, 트럼프가 정치가다운 외교에 임하게 만들었다. 또 ‘화염과 분노’나 ‘최대의 압박’은 외교 정책적 목표를 위해 신중히 고안된 전략적인 도발이었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암시를 줌으로써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 주는 천재적인 전략으로 트럼프를 구슬려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최근 있었던 샹그릴라 국제 안보회의에서 한국의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핵 비보유국인 한국은 어떻게 ‘비핵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좋은 질문이다. 한국은 1990년대 초 이래 핵무기를 유치한 적이 없으며,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및 핵확산 방지조약 가입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이 핵보유국은 아닐지라도 한국을 대신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한국은 핵무기 금지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는 일방의 핵무기 포기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누구도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모든 당사자가 알고 안심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이 손바닥 뒤집듯 무산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희망을 버렸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달랐다. 문 대통령은 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전멸을 막기 위해 최선의 희망을 끌어올려 재차 협상에 임했다. 그리고 이 노력이 결실을 맺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적에게 섬멸이나 대량 살상을 언급하며 위협조의 트윗을 하는 것은 강인함이 아니다. 지도자의 과단성이나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도 아니며, ‘최대의 압박’도 아니다. 이는 허약한 불안감의 징후이다.
강인함이란 오랜 세월 적이었던 상대를 포용하여 평화의 다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현명하며 전략적인 강인함을 통해 우리는 한국이 지닌 비핵화의 가능성과 의지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나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동계올림픽 하키 경기에서 스웨덴을 마주한 단일팀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이야말로 노벨평화상 정신의 진정한 구현이다. 한국의 비핵화에 끼친 공헌을 볼 때 문 대통령은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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