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파른 오르막… 급변하는 일기… 정상의 환희도 두배

2018-06-08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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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Baldy (10064’) - South Course

가파른 오르막… 급변하는 일기… 정상의 환희도 두배

정상에 올라선 등산인들의 여유로운 한 때. 전망.

가파른 오르막… 급변하는 일기… 정상의 환희도 두배

소나무숲이 있는 등산로의 한 구간.

가파른 오르막… 급변하는 일기… 정상의 환희도 두배

San Antonio 폭포.


우리 LA 지역의 열성적인 등산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은 아마도 Mt. Baldy 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라면 아마도 South Course 인 Baldy Bowl Trail일 것이다. Manker Flats에서 출발하여, San Antonio 폭포 앞에서 길을 꺾어 돌아서 차도를 따라가다가, 가파른 산길로 들어서서 Ski Hut을 지나고, Baldy Bowl 을 건넌 후, Ridge 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Ski Hut Trail 이라고도 한다.

편도 4.5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3904’로, 왕복 약 7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꽤 급한 경사의 코스인데, 주요 구간별 거리와 고도는 다음과 같다.

1. Manker Flats( 6160’ )의 차량통제 게이트에서 폭포 앞길까지가 0.6마일이고


2. 차도를 벗어나 산길에 접어드는 본격적인 등산로까지가 0.9마일이며

3. 1937년에 건립된 Sierra Club 의 Ski Hut(8300’ )까지는 2.6마일이고

4. Baldy Bowl 을 지나서 올라서게 되는 볼디의 남쪽 Ridge 까지가 3.5마일이며

5. 정상( 10064’)까지가 4.5마일이다.

모든 고산이 다 그렇듯 이 Mt. Baldy 도 정상의 일기가 수시로 급변하는 경향이 있으니, 가능한 한 오전 중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산이 크고 험하니 필요한 등산장비를 잘 갖추고, 반드시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과 팀을 이루어 가야한다.

필자 나름대로 이 코스의 특성을 꼽아본다.

첫째, 거리가 길지 않은 대신 경사가 가파르다. 특히 차량도로구간 0.9마일을 뺀 순 등산로 3.6마일로만 보면 마일당 1000’가 넘는 고도를 오르는 꽤 가파른 코스이다.


둘째, 깜깜한 새벽부터 이 코스로의 등산객이 끊이지 않아, 때로 혼자서 산행에 나서더라도 그다지 호젓하진 않다. 그렇더라도 이 코스에 아주 익숙한 하이커가 아니라면, 또는 눈이 쌓여있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혼자서 하는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셋째, 년중 내내 등산하기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지만, 특히 겨울철 적설기에도 설경을 즐기려는 등산인들이 적지 않다.

넷째, 가파른 코스라서 힘은 들지만 거리가 짧아,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4시간 내외로 왕복산행이 가능하여, 운동효과가 큰 고산 산행을 반나절로 끝낼 수가 있으므로, 시간이 빠듯한 경우의 열성 하이커들이 즐겨 찾는다.

가는 길

Freeway 210 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Claremont 시의 Baseline Road의 출구로 나온다. Baseline에서 좌회전하여 한 블럭을 가면, Padua Ave가 되고 여기서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1.7마일을 가면 신호등이 있는 Mt. Baldy Road 가 된다.

여기서 다시 우측으로 7.2마일을 가면 Mt. Baldy Village 에 이른다. 계속 2마일을 더 가면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경사진 길을 오르게 된다.

대략 3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계속 0.3마일쯤을 직진하면 왼쪽으로 차량통제게이트 겸 등산로입구가 보인다.

이곳은 19세기말에 노새몰이꾼이었던 Fletcher Manker가 가게를 냈던 곳이어서, Manker Flats으로 불리는 곳이다. 인근의 도로변에 안전하게 주차한다.

등산코스

북쪽으로 있는 차량통제 게이트를 지나서 포장도로를 따라 0.6마일을 가면, 정면으로 100m 쯤의 거리에, 다단계로 떨어지는 물줄기 중에 맨 아래의 물줄기의 낙차가 75’가 된다는, San Antonio 폭포가 보인다. 이 폭포의 물이 흐르는 개울과 계곡이, 위쪽에 있는 Ski Hut 부근에서 발원하는 San Antonio Creek 이고 San Antonio Canyon 이다.

이제 길이 오른쪽으로 바짝 꺾이며 비포장도로가 되는데 이를 따라 0.3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갈라져서 산을 타고 올라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흙과 돌부스러기들이 뒤섞인 거친 비탈을 올라서면 곧 잘 닦인 등산로로 변하며, 100m 정도를 나아가면 등산인 스스로가 자신의 산행계획의 개요를 기입해 둘 수 있는 등산인 등록부가 비치되어있는 곳이 나온다.

가끔씩 조난자가 발생하는 험산이기에 그러한 경우의 구조활동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생명보험을 드는 셈이니, 비치된 서식에 의거 산행내용을 성실히 기록해 두자!

이제부터 Ski Hut 까지의 1.6마일구간은 계속 북쪽을 향하여 올라가게 된다. 정면으로 멀리 Baldy 주봉 바로 아래의 남쪽 부분이 하얗게 보인다. 등산로 왼쪽은 폭포의 상류인 San Antonio Canyon 의 깊은 골짜기이고, 오른쪽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Sierra Club의 회장을 역임했던 Aurelia Harwood(1865~1928)를 기념하여 헌정된 Mt. Harwood( 9552’ )의 서남쪽 맨 아랫부분이 된다.

고도가 올라 갈수록 Jeffrey Pine 의 수가 늘어나고 키들도 커진다. 이윽고 눈앞으로 산중턱에 녹색의 작은 건물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오목한 사발( Bowl)같은 지형이라 하여 Baldy Bowl 이라고 부르는 곳의 동쪽 밑 부분이면서, San Antonio Creek 의 발원지 부근이 되는 가파른 산중턱에, 시에라클럽에서 건립, 운영하고 있는 Ski Hut 이다. 대개의 하이커들은 이곳의 건물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 등에서 잠시 쉬어간다. 북쪽으로 바로 위에는 Baldy Bowl 의 급사면이 웅장하고, 남서쪽 바로 아래는, 일년 내내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San Antonio Canyon의 푸르름이 싱그럽기만 한데, 계절에 따라서는 Creek 주위가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들꽃세상이 되어 지기도 한다.

이젠 큰 바위덩이들이 얼기설기 깔려있는, 그래서 넓은 바위 밭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듯한 곳을, 때때로 바위와 바위를 건너뛰기도 하면서 통과한다. Baldy Bowl 의 아랫부분이다. 오른쪽은 Baldy 주봉의 한쪽면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무너져 내리고있는 Baldy Bowl 의 북쪽면으로서 대단한 장관을 보여준다. 눈이 많을 때에는 저 급경사면에도 눈이 쌓이게 되니, 도전적인 하이커들은 직접 절벽같이 가파른 비탈을 오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물론 제대로 된 크렘폰과 아이스엑스 등 장비를 잘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바위밭을 지나면 곧 볼디의 남쪽줄기에 오르는 가파른 구간이 나오는데, 다행히 거리가 0.4 마일이 될까말까 할 만큼 짧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다. 남쪽 줄기에 올라서면 주봉으로 가는 길은 우측이 된다. 처음 몇 분 동안은 완만하나 곧 다시 가팔라진다. 오르다 보면 주등산로가 어떤 것인지 분명치 않고 이쪽 저쪽 여러 갈래로 발자취가 나뉜다. 가파른데다가 흙이 무르니, 정비된 등산로가 그대로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갈래의 길이 결국엔 다 만나게 되니 어느 길도 괜찮으나, 오른쪽 산줄기의 높은 쪽으로 난 길을 따르는 것이 무난하다.

자그마한 2개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잠시 평평한 지대가 되고 오른쪽으로 잘생긴 소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운치있는 공터가 나온다. 정상에 바람이 드셀땐 이곳에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할 만한 곳으로, 필자는 이곳을 ‘Pine Grove’ 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100여 m 를 가면 몸이 오싹 떨리는 낭떠러지가 되는데, 발아래로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Baldy Bowl 의 아찔한 절경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겠다.

다시 0.5마일쯤 뒤의 정상을 향해, 급경사는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지속되는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 곧 고도 9500’ 이상의 Sub-Alpine Zone 으로 수목이 적거나 거의 없는 지대에 들어서는데, 이때부터 일부 사람들은 다리가 쉬 피곤해지고 어지럽거나 메시꺼움을 느끼는 등의 고소증세를 경험하기도 한다.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걷는다.

드디어 먼저 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등정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정상이, 저만큼 앞으로 보인다. 힘들게 옮기는 걸음걸음이라, 가까운 거리지만 가깝지 않다. 마침내 정상에 선다. 동서남북이 탁 트여있고 모든 것들이 눈 아래니, 마치 이 세상의 최고점에 올라선 것 같다.

정상의 바닥에 박힌 묵직한 동판이 우리를 환대해 준다. “SAN ANTONIO ‘Mt. BALDY’ ELEV 10064’ ” - 우리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려고, 사시사철 폭풍한설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표지판에,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견디며 입맞춤으로 절을 한다. “천지현황! 높고도 너른 하늘 땅이여, 실로 아름답습니다!” 천지가 불인일지는 모르나, 그러나 천지는 대단히 아름답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온전히 제 힘으로 한발 한발 힘들여 이곳에 오른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옆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사방에 보이는 원근 산들의 이름을 알아가며, 정상의 환상적인 경개를 즐기면 더욱 좋겠다.

하산할 땐, 바위가 거칠고, 바닥 흙이 쉽게 밀리고 경사도 급하니, 차분히 조심스레 걷도록 한다. 등산사고는 대개 하산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겠다. 행여 길을 잃지 않도록, 다른 등산인들과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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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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