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 파동 주범 잦은 도박 거액 탕진에 가정불화… 유학생·기업인들도 피해
#최근 샌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L모씨가 계를 운영하다 홀연 잠적해 약 40여명에 이르는 계원들의 계돈과 개인적으로 현금을 융통해 준 피해액 규모가 40만 달러가 넘는 계 파동이 여파로 인해 아직도 한인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본보 5월 23일자 A 25면 참조>
복수의 피해자들에 의하면 잠적한 L씨는 평소 카지노 출입이 잦았으며 한 번에 수백 달러의 고액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L씨의 잦은 도박 출입으로 인해 애꿎은 한인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 15년차의 주방장인 K모씨는 지난 5월 초 갑자기 약 5일 가량 연락이 끊어져 주변사람들이 애타게 찾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K씨는 일을 마친 후 8번 프리웨이 동쪽에 있는 한 카지노에서 이틀을 보내고 소지하고 있던 현금과 은행에서 인출한 금액 등 총 4000여 달러를 탕진했다. K씨는 집에 돌아와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져 직장에도 출근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연락도 끊은 채 두문불출하다 5일 만에 직장인 식당 업주에게 사정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한인들 사이에 “이번에는 누가 카지노에서 얼마를 잃었다”거나 “카지노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 부부가 심각한 불화가 겪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닐 정도로 흔한 가십거리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한인들뿐만 아니라 유학생들과 기업인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도박중독에 빠진 한인들이 많은 것은 30여개가 넘는 카지노가 있다는 지역적 특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샌디에고 카운티 내에는 총 34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한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8번 동쪽 지역과 15번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B 카지노와 P 카지노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카지노가 많다는 것은 도박중독에 빠질 수 있는 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한국이나 타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 오면 으레 찾는 곳이 카지노다.
한인들이 도박 중독에 쉽게 노출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올바른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5년 차인 한인 백중원(가명·48)씨는 “언어와 문화 차이는 물론 시간적 물리적 한계로 여가시간을 즐길 여력이 없다”며 “시간이 나면 골프를 치고 같이 라운딩하는 사람끼리 모여 자연스럽게 카지노에 들러 간단히 식사를 하고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도박 중독의 병폐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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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