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문화 가정

2018-06-04 (월) 송일란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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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날이라고 아이들에게 거하게 저녁을 얻어먹고, 선물까지 받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넷이다. 각각 둘씩 아이들이 있었던 나와 남편은 재혼하면서 6명의 구성원으로 가정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다 컸으니 둘만 살면 될 거라 했는데, 이런저런 연유로 모두 들어와 6명이 복닥복닥 살게 되었다.

남편은 아이들이 대학 들어갈 무렵 사별을 하였고, 나는 한국에서 가정이 깨지고 바로 미국으로 들어왔다.


이 간단한 한 문장 안에 참으로 많은 사연들이 있다. 남편의 아이들은 늦게 사춘기를 맞으며 엄마의 부재에 힘들어 했고, 내 아이들 또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가정이 깨지는 과정에서의 충격과 낯선 곳에서의 적응으로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이 꼭 다민족 간 가정이 아니라면 우리 가정이 딱 다문화 가정이었다. 태어나 자란 곳도 다르고, 성장하면서 겪은 가정교육도 다르고, 심지어 영어권과 한국어권으로 나눠져 있기까지 했다. 나와 남편은 서로 호감으로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이들은 서로서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컥 가족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삐꺼덕거리는 일도 잦았다. 아이들 문제로 남편과 얼굴 붉히는 일도 생겨서 마음 앓이를 하기도 했다. 서로 지혜를 모으며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화목하게 지내는 비결은 같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날에 과한 대접을 받고 나니 10년을 산 시간이 좋았구나 생각이 든다. 같이 밥 먹으며 보낸 시간이 우리 6명 각자에게는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들면서 감사하다.

<송일란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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