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MIT에는 칼텍보다 아시안이 적을까

2018-06-01 (금) 이해광 부국장·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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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한 유투버가 한인 대입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만한 동영상을 올렸다. 7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해서 궁금해 클릭해 보았더니 다름 아닌 ‘명문대의 아시안 차별’을 다뤘다. 제목은 ‘미국의 민낯’이다.

유투버는 “아무리 SAT 만점과 높은 내신 성적, 대단한 스펙을 갖고 있더라도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비리그 같은 명문대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은 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준시험 만점, 각종 스피치, 경시대회 우승, 희생적인 커뮤니티 서비스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마이클 왕이라는 아시안 학생도 하버드 등 많은 아이비리그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겨우 한곳에서만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한인 지원자들은 개성 없는 수학문제 풀이 기계 같은 다른 한인 학생들과 비슷해서 아무리 성적이 높아도 탈락할 수 있다”고 한 명문대 입학 사정관의 주류 언론 인터뷰도 소개했다.

유투버는 “명문대가 아시안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고의로 탈락시킨다니 화가 난다”며 “이제는 지원자들이 아시안이라는 사실을 숨겨야 할 처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명문대의 아시안 입학 차별 논란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대입 전형에서 소수계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주는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자 우대정책)에 따라 흑인과 여성 같은 소수계, 사회적 약자들이 대학 전형 등에서 배려 받고 있지만 아시안은 아이비리그 등에서 실력과 무관하게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세계 최고의 지성의 전당 미국 대학에서 아시안을 차별할까? 하버드, MIT, 칼텍(캘리포니아 공대) 등 세 명문대의 아시안 합격률을 조사한 최근의 ‘동등기회센터’(Center for Equal Opportunity) 연구를 살펴보자. MIT와 하버드는 인종이나 민족을 입학 사정 기준으로 적용하는데 MIT의 아시안 합격률은 1995년 전체의 29%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이어가다 2016년 26%로 낮아졌다. 1993년 21%였던 하버드대의 아시안 합격률도 최근 17%로 떨어졌다.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아시안 지원자 수는 폭발적으로 치솟았지만 합격률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이들 대학 합격생의 SAT점수도 인종별로 달랐다. 1400~1600점을 받은 흑인 77%, 히스패닉 48%, 백인 40%가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같은 점수대 아시안은 30%만이 문턱을 넘었다.

‘동등기회센터’는 지난 1980년대 이후 미국 인구는 1,700만명, 대학생은 100만명 이상 각각 증가했지만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대 아시안 학생 수는 1990년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오히려 제자리거나 다소 줄었다고 밝혔다.

MIT, 하버드와 달리 인종을 입학 사정 기준에 사용하지 않는 칼텍은 대조를 보였다. 지난 20년 동안 아시안 인구 증가에 걸맞게 입학생도 꾸준히 늘었는데 2016년에는 전체 입학생의 43%에 달했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2016년 가을 기준 MIT는 칼텍에 비해 흑인 학생은 6배가 많았지만 아시안은 40%가 적었다. 또 백인은 MIT에서 전체의 35%로 머조리티를 차지했지만 칼텍에서는 29%로 아시안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학생 선발 기준에서 ‘인종’을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에 따라 아시안 합격률이 큰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대학들의 아시안 입학 차별이 지원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새내기 대학생이 된 한 한인은 “지원서 인종 표시란에 백인은 세부 조항이 유럽계, 중동계, 기타로만 표시되고 흑인은 미국계, 아프리카계, 캐리비안, 기타 등 4개로 나와 있지만 아시안은 왜 중국, 일본, 한국, 필리핀, 인도 등 출신국가를 세분해 놓았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명문대들은 입학 사정기준에 ‘인종’을 적용하는 것은 소수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럴 듯한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이 아시안을 차별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안들은 수 년 간 차별을 견뎌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그것은 진짜 미국의 민낯이다.

<이해광 부국장·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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