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제언 - “도와주세요!”

2018-05-31 (목) 방준영 한미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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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언 - “도와주세요!”

방준영 한미연합회 사무국장

몇 달 전, LA카운티 정신건강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쇠약한 한인 할머니를 데려온 후 더 이상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걸려온 전화였다. 체중 85파운드 정도의 마른 체구에 흰머리가 가득한 70대 할머니는 코리아타운 아파트에서 살다가 쫓겨난 후 거리에서 살고 계셨다. 할머니는 말이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정신건강센터에서 혼자 지내기가 두려워 다른 데로 나가길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한미연합회에서 영어 구사가 어려운 한인들을 돕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 기관들과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많이 겪는다. 할머니의 가족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할머니의 정신질환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채 할머니는 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할머니는 현재 증가하고 있는 한인 노숙자 중 한 분이다.

코리아타운은 오랜 기간 한인 및 이민자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열심히 일해온 한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 담긴 곳이다. 지난 2년 동안 LA시는 코리아타운에 호텔과 초호화 임대시설 개발 프로젝트 50여개를 승인했다. 그러면서 그 이면에서는 노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집이 없어 24시간 찜질방이나 교회 예배당을 전전하며 잠을 자는 한인 노숙자들 이야기를 듣곤 한다.


2017년 노숙자 문제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미연합회는 “보이지 않는 이웃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제작하면서 충격에 빠진 우리는 올해 유나이티드 웨이, 노숙자를 도와주는 사람들 (EPATH), 노숙자 건강센터, RAND, 그리고 USC 노숙자문제 전문가들과 LA 10지구와 손잡고 이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기로 하였다. 우리의 목표는 보이지 않는 한인 노숙자의 수를 셀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노숙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3달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이 프로젝트는 5월경 착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LA시가 한인타운에 홈리스 셸터를 만들기로 발표하면서 계획은 잠정 보류되었다. 한인타운 상권 중심에 셸터를 만들기로 한 이번 발표는 지역 주민들이나 상인들에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이미 이 지역 상권은 위축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셸터 반대 시위는 단순히 노숙자 임시 셀터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고 한인들을 말한다.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최적의 장소를 찾는 민주적인 과정이 없었던 것에 대한 대중의 반응인 것이다.

한인타운 주민들에게는 지역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그 뿌리는 1992년 LA 폭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00여 개 비즈니스가 피해를 입었고 소상인들과 거주민들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LA시 관계자는 이후 자신들의 의사소통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에릭 가세티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은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일하면서 대중에게 셸터 프로젝트의 세부 플랜과 애로사항을 다루기로 약속했다.

코리아타운은 변하고 있다. 생활비 상승과 아파트 렌트비 상승, 노인인구 급증과 이민 정책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한인 노숙자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노숙자 셸터가 어디에 짓기로 결정 되든, 우리는 커뮤니티를 위해, 거리 잠을 자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그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와주세요!” - LA시민으로서, 우리는 함께 일어나고 함께 그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방준영 한미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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