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격사건, 이대로는 안된다

2018-05-26 (토) 실비아 김 현대오토에버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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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면 많이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총기규제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론은 수그러들고 실질적인 규제안은 마련되지 못한 채 우리는 또 다른 총격사건을 접하게 된다. 2016년 올랜도 나이트클럽 사건 때도, 2017년 라스베가스 사건 때도, 총기규제 여론이 확실히 높아졌다는 뉴스가 쏟아졌지만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

올해 2월 플로리다 파크랜드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던 총기사건 후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고등학생들이 앞장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했고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여해 베트남전 반전 시위 이후 최대 인파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며 가졌던 기대감이 무색하게 그 기록적인 행진이 있은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18일 텍사스 산타페의 고등학교에서 또 총기난사가 일어났으니 말이다.

미국 이민생활 10년. 지진처럼 처음에는 나를 소스라치게 만들던 것들 대부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연이어 발생하는 총격사건에는, 거기다 죄 없는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상황에는 전혀 익숙해지지도 무뎌지지도 않는다.


산타페 고등학교의 총격사건이 올해만 22번째 학교 총격이라니, 오히려 총격에 대한 공포감 그리고 혹여나 우리 아이들이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만 커진다.

시민 반란군이 영국정부의 공격에 맞서며 시작된 독립전쟁을 통해 나라를 설립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와 그로 인해 헌법에 명시된 총기소유의 권리는 총기규제 관련 입법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연방의회 의원들이 전미총기협회(NRA)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니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가능해지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회의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회의 속에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이 될지라도, 이제 더 이상 총격사건들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 한인들은 한명 한명 작은 힘이 같은 뜻으로 한데 모이면 세상을 바꿀 큰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통해 직접 확인했지 않은가.

우선 미국의 총기관련 법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총기 사건들의 통계 및 유통망을 파악하고, 그 동안 발의되었다가 통과되지 못한 총기규제 관련 법안들은 무엇이 있었나 확인하고, 총기규제 반대 논리를 깊게 이해해야만 우리가 맞서려는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총기는 정말 규제해야 된다’ 라고 확신이 선다면 이제 행동을 취할 차례다.

선거권이 있다면, 당장 유권자 등록을 하고 올해 선거에서 반드시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겠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NRA와 척을 진다는 것은 대부분 정치가들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소신을 가지고 총기규제에 앞장서는 후보가 있다면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더해주어야 할 것이다.

선거권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총기규제를 찬성하는 정치가들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을 한다든지, 자원봉사를 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총기규제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가입할 수도 있고 관련 청원을 찾아 서명하는 방법도 있으니 말이다.

미국 내 18세 미만 150만 명의 아이들이 잠금장치가 풀려있거나 총알이 들어있는 총이 있는 집에 살고 있고, 그렇게 위험에 많이 노출되다보니 오발 사고로 매일 평균 6명의 아이들이 상해를 입고 3일에 한아이가 죽는다고 한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나는, 총기에 대한 아이들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오발사고로 인한 아이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안전한 총기 보관(Safe Gun Storage) 법이 주정부 연방정부 모든 차원에서 강력하게 집행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최근 서명했다.

그리고 훗날 미국 내 총기규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작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청원서 서명이든 유권자 등록이든 함께 해주길 바란다.

<실비아 김 현대오토에버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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