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첩첩 산줄기·바다·사막을 한눈에 보는 정상의 감동

2018-05-25 (금) 정진옥
작게 크게

▶ Mt. Islip (8250’)

첩첩 산줄기·바다·사막을 한눈에 보는 정상의 감동

세찬 바람이 몰려드는 바람골‘Windy Gap’.

첩첩 산줄기·바다·사막을 한눈에 보는 정상의 감동

Windy Gap에서 보는 Islip Ridge와 Crystal Lake 지역의 경관.


첩첩 산줄기·바다·사막을 한눈에 보는 정상의 감동

PCT Hiker들의 오아시스인 Little Jimmy Campground.


어느덧 5월도 막바지에 접어 들고 있는 이곳 남가주이지만, 예년과는 달리 썰렁하고도 구름이 끼는 애매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밝고 화끈한 더위의 여름철이 성수기인 업종의 비지니스 오너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작금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등산을 취미로 즐기며 지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의 전혀 나무랄데가 없는 좋은 날씨라 하겠다. 사실,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되어 화창하고 뜨거운 날들이 이어지던 예년의 경우라면, 지금 쯤은 나무그늘이 많은 곳이거나 또는 고도가 높아서 시원한 높은 산을 산행지로 택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늘은 나무그늘도 있고 고도도 상당히 높아(8250’; 2515m , 요즘같은 선선한 날씨에는 물론 여름의 뜨거운 날씨에도 대지의 상쾌한 기운을 맘껏 즐길 수 있는, Angeles National Forest 에 있는 Mt. Islip을 소개한다. 왕복 6.4마일의 비교적 짧은 거리에, 힘들지 않는 걸음으로 오를 수 있는 곳으로 산행에 5시간 내외를 잡으면 된다.

오랜 역사가 있는 LA지역의 한 산악회의 회장을 다년간 역임하고 계신 등산 선배님이 있는데, 언젠가 생을 마치면, 당신의 유골분을 이 Mt. Islip 정상에서 뿌려달라고 유언을 해 두셨다 한다. 오로지, 탁 트인 전망이 너무나 좋아서라고 이유를 드셨다.


정상에 서면, 날씨가 좋을 경우에는, 남쪽으로는 Crystal Lake 지역의 푸르른 녹음과 그 뒤로 펼쳐지는 첩첩한 산줄기들은 물론 Catalina섬까지 보여지고, 서쪽으로는 Twin Peaks와 Mt. Waterman, 그리고 그 뒤의 Mt. Wilson까지, 북쪽으로는 광활한 Mojave 사막과 Mt. Williamson, 동쪽으로는 Mt. Hawkins, Mt. Throop, Mt. Baden Powell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그 분의 소원이 그럴만도 하겠다는 공감을 자아낸다.

Islip(아이스립)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 산 이름의 주인공은 1850년경에 Canada에서 LA지역으로 들어온 George Islip이라는 분으로서, 웬만한 등산인은 잘 알고 있는 Mt. Wilson을 오르기 위한 대표적인 등산로인 Mt. Wilson Trail의 중간지점에 있는 Orchard Camp에서 과수원을 가꾸어 등산객을 상대로 체리 사과 배 자두 등을 팔기 시작했던 장본인으로, 나중에는 지금의 Islip Saddle 부근과 이 산( Mt. Islip )을 자주 찾았었다고 하는데, 이 당시는 지금의 2번 Highway가 생기기 훨씬 전이니 의당 말을 타고 산속을 다녔을 것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열성이었겠다. ‘Angeles Crest Highway’가 정식명칭인 전장 66마일의 2번 도로는, 죄수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1929년에 착공하여 1956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가는 길

Mt. Islip을 오를 수 있는 등산 시작점은 여러 군데가 있는데, 여기서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를 소개코자 한다.

210번 Freeway에서 La Canada의 2번 도로(Angeles Crest Highway)로 나간다. 동쪽으로 41마일을 가면(Highway변의 Mileage marker로는 64.1인 지점), 왼쪽으로 화장실이 갖추어진 큰 주차장이 있다. 여기가, Highway가 없었던 그 옛날에는, 왼쪽의 Mt. Williamson과 오른쪽의 Mt. Islip 사이에 있는 Saddle로, 이 곳을 지나는 원주민 인디언들의 트레일중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는 Islip Saddle 주차장이다. 여기에 주차한다.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주차장 동북쪽 끝에서 길을 건너면 등산시작점이 바로 보이는데, 이곳은 해발고도가 6680’(2037m)로 이미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보다 더 높은 곳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곳은 보통은 11월부터 4월까지는 쌓인 눈 때문에 산행을 하기에 위태로운 곳이다.


등산로의 처음부분 왼쪽에 Pacific Crest Trail(PCT)이라는 제하의 이정표가 있는데, 이는 여기서부터 2.4마일 지점인 Windy Gap까지는 PCT(남쪽으로는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주를 통과하여 캐나다의 국경지대까지 이어지는 총 2627마일의 National Scenic Trail 로, 많은 Hiker들의 Dream Trail 임)의 구간과 중첩되기 때문이다.

등산길은 주차장을 발아래로 두며, 길게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하여, 왼쪽으로 키작은 잡목지대를 끼고 돈 다음에는, 키크고 잘생긴 소나무(주로 Jeffrey Pine이나 Sugar Pine) 숲으로 들어가면서 그늘이 많은 길로 이어져 나간다. 가다보면 좌우로 지나는 소방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등산로를 따라 직진한다.

힘들지 않을 정도로 완만하게 오르는 길을 2.1마일을 걸어가면, 한결 장대하고 품위있는 소나무 들에 둘러 싸여있는, 화장실과 바베큐 시설이 있는, 숲속의 쉼터가 나온다. Little Jimmy Campground이다.

이곳의 역사를 알아보기위해서는 시대를 100년쯤 거슬러 가야 한다. James Guilford Swinnerton이란 사람이, ‘Little Jimmy’라는 제목의 만화를 ‘Hearst Syndicate’라는 신문에 연재하며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단다. 그런데 이 분이 폐가 좋지 않은데도 술을 좋아하여 건강을 많이 해치게 되었는데, 그 신문의 주인이 다름아닌 지금 San Simeon에 있는 그 유명한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의 주인공 William Randolph Hearst 였고, 그가 이 James를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토록 배려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곳의 장대한 소나무 숲이 좋아 특별히 이 곳까지 찾아들게 된 것이겠다. 이 시대에는 사람들의 주거지는 대개 Pasadena나 Monrovia 쪽이었고 지금의 2번 Highway는 당연히 없었으니, 말을 타고 Azusa에서 Crystal Lake 쪽으로 들고 나고 했다는데, 이곳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때때로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에게 자기의 만화 주인공을 소재로한 Caricature를 그려주기도 했단다.

조선에서는 한일합방의 국난이 있었던 무렵인 1909~1910년간의 얘기인데, 이 Campground에 사연과 이름을 남긴 이 James Swinnerton은 바로 우리 남가주 출신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최초의 상업예술가로 기록된다고 한다.

몸이 약한 분이나 걷기가 힘이 든 분의 경우에는 여기서 충분히 쉬었다가 등산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아예 여기서 쉴만큼 쉬고 하산해도 등산에 나선 보람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Mt. Islip을 오르는 길은 둘이 있는데 여기선 동쪽기슭으로 돌아 오르는 길을 택한다. Campground에서 맨 동쪽(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0.1마일쯤에 샘물(Little Jimmy Springs)이 있다. 여기서 다시 0.2마일을 더 가면 Windy Gap이란 표지판이 있는 능선에 다다른다.

전망이 양호하고, 대개는 능선너머 아래의 Crystal Lake 쪽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으로 난 길로 오른다. 여기엔 ‘Mt. Islip 0.8마일’이라는 싸인도 있다. 여기서 만약, 왼쪽길로 가면, 계속 PCT와 중첩되는 경로를 따라 Mt. Hawkins, Mt. Throop, Mt. Burnham, Mt. Baden Powell로 이어지며, 직진하면 Crystal Lake에 이어 Azusa지역으로 내려가게된다.

조금 오르다보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Little Jimmy Campground에서 올라오는 또 하나의 길이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라 오른다. 왼쪽 아래로의 Crystal Lake 지대의 선명하고 웅장한 전망이 경이롭다.

정상을 오른쪽에 두고 서남쪽 기슭을 오르다보면, 정상 0.1마일쯤 전에 갈림길(Islip Ridge Trail Junction)이 나온다. 직진하면 Islip Ridge를 따라 내려가게 되는데 자그마한 천연호수Crystal Lake에 닿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간다. 곧 정상이다.

허물다가 남겨놓은 작은 돌집의 골격과 화재감시시설이 있던 흔적(1937년에 Mt. South Hawkins로 옮겼다)이 남아있다. 총 3.2마일을 걸어 1570’를 올라왔고, 정상의 고도는 8250’ (515m)이다. 360도에 걸친 일망무제의 전망이, 한발 한발 걸어서 올라온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과분하다.

소나무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고 푹 쉬며 점심도 먹고, 마음이 내키면 배낭을 베고 한숨 푹 잘만도 하다. 머리가 매우 맑아진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