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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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소유주 협회보다는 주민이 먼저다

2018-05-2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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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적 이유로 주민에게 불이익 주는 행위는 금물

▶ 뒷마당 다른집과 공유하지 않으면 빨래말릴 권리도
지붕 등에 설치하는 위성 TV도 거주자 권한

HOA가 함부로 규제할 수 없는 주민 권리들

대규모 단지 형태로 개발돼 공공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주택의 경우 ‘주택 소유주 협회’(HOA: Home Owners Association)의 감독을 받게 된다. 협회를 둔 주택은 수영장, 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단지 내 조경 시설도 협회에 의해 깔끔하게 관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매달 일정액의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고 때로는 주민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려는 규정에 의해 규제를 받기도 한다. 불편함은 물론 벌금까지 부과되는 경우도 흔하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HOA가 함부로 규제할 수 없는 주민의 권리 사례를 모아봤다.

■ 차별적인 규정


‘폭군’처럼 강압적인 규정을 강요하는 협회라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있다. ‘부동산 공정 거래법’(Fair Housing Act)에 의해 어느 협회도 차별적인 이유로 주민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

주민의 인종이나 출신 국가, 종교, 결혼 상태,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주민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주택 구입을 금지를 시도하는 협회는 부동산 공정 거래법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

연방정부는 물론 각 주별로도 협회의 차별적인 규정을 금지하는 법을 두고 있다. 가주의 경우 성별 또는 선호하는 성별을 이유로 협회가 주민을 상대로 차별적인 규정 시행을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 뒷마당 빨래 자연 건조권

뒷마당에서 빨래를 말리면 여러모로 절약이 된다. 그러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택 소유주의 뒷마당에서 빨래 말릴 권리까지 제한하는 협회도 있다.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 약 19개 주에서는 협회가 주민의 빨래 말릴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해서 시행 중이다.

마당을 인근 주민과 공유하지 않는 형태의 주택에만 해당하고 뒷마당을 옆집과 공유하는 경우에는 협회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 무차별적인 벌금 부과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 대량의 주택이 압류됐다. 압류된 주택 중 협회에 소속된 주택의 경우 협회비를 납부하지 못해 예산 부족을 겪게 되는 협회가 속출했다.
결국 무분별한 벌금 부과를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협회가 늘면서 주민과의 분쟁도 급증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고 협회가 무차별적으로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 반드시 ‘협회 규정’(CC&Rs)에 의한 사유가 있어야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협회로부터 벌금 납부 통보를 받았다면 먼저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만약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사유일 경우 관련 증빙 자료를 협회 측에 제출해서 벌금 부과 명령을 취소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 위성 TV 수신 장치 설치권

지붕 등에 설치하는 위성 TV 서비스 수신 장치도 주민의 고유 권한으로 협회가 함부로 제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위성 TV 수신 장치 설치 권한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공중 수신 장치권 규정’(Over-the-Air Reception Devices Rule)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협회의 제재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FCC의 규정이 시행되기 전인 1997년 이전에 주로 설치됐던 구형 안테나의 경우 일부 협회의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 장애 주민 치료 시설

장애 자녀를 위한 치료 시설을 설치를 제한하려다 법정 싸움에서 패한 협회 사례도 있다. 테네시주의 한 주민은 장애 자녀를 위해 뒷마당에 선룸 형태의 가내 치료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관련 도면을 협회 측에 보내 승인을 요청했지만 협회는 추가 서류를 요구하면서 승인을 계속 지연했다. 결국 양측의 분쟁이 법정으로 옮겨졌고 법원은 협회가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협회는 단지 내 증개축 등 주택 개량 공사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장애를 지닌 주민에게 의료 목적으로 필요한 공사의 경우에는 권한이 제한된다. ‘부동산 공정 거래법’(Fair Housing Act)에 따르면 협회가 장애 주민을 위한 개조 공사를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 사전 통보 없이 실시된 공사

플로리다 주의 한 협회는 주민에게 사전 통보 없이 잔디 교체 공사를 실시한 뒤 비용을 주민에게 청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가뭄이 심했던 해에 단지 내 여러 주택의 잔디가 다 죽어 단지 미관이 엉망이었다.
협회는 잔디가 죽은 주택을 대상으로 잔디 교체 공사를 실시했지만 해당 주민에게 사전 통보를 실시하지 않았다. 공사가 끝난 뒤 협회는 잔디 교체 공사비용을 주민에게 청구했지만 일부 주민의 반발로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 결과 법원은 사전 통보가 실시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주민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협회가 주민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자체적으로 공사를 실시하고 주민의 동의 없이 비용을 청구했기 때문에 패소한 사례에 해당한다.

해당 주민에게 죽은 잔디를 보수하라고 사전 서면 통보를 했더라면 주민이 더 저렴한 비용에 직접 잔디 수리에 나설 수도 있었다는 것이 법원 측의 설명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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