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시 일방적 결정’ 커뮤니티 강력 대처

2018-05-04 (금) 12:00:00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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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운 한복판 ‘노숙자셸터’ 항의 빗발

▶ 공청회 등 통해 부당성 지적키로, 한인단체들 안이한 태도 비판도

‘LA시 일방적 결정’ 커뮤니티 강력 대처

LA 한인타운 버몬트+7가 시영 주차장에 노숙자 셸터를 설치하겠다는 LA시 계획에 대한 한인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인타운 도로변에 줄지어 있는 노숙자 텐트의 모습. <박상혁 기자>

“한인 커뮤니티가 하나로 단결해 시정부에 확고한 의견을 전달해야 합니다”

LA시가 홈리스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노숙자 임시 셸터를 LA 한인타운 한복판의 버몬트와 7가 인근 시영 주차장에 설치하겠다고 기습 발표한데 대해 한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본보 3일자 보도) 시정부를 상대로 한인사회가 조직적으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A 한인회 등 한인 단체들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에릭 가세티 LA 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 측에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노숙자 셸터 한인타운 설치 방안을 밀어붙인데 대해 강력 항의하고, 한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조직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한인들 분노

본보의 상세한 보도를 통해 한인타운 버몬트+7가 시영주차장 노숙자 셸터 설치 계획 소식이 전해진 3일 시정부의 결정과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한인 단체들에 대한 LA 한인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한인타운에 거주한다는 60대 전혜옥씨는 “한인타운에 노숙자 셸터가 들어서면 반드시 주변 한인 비즈니스들과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와 같이 대중교통을 타고 한인타운을 다니는 차 없는 노인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보 웹사이트(koreatimes.com)의 해당 기사에는 40건이 넘는 릴레이 댓글이 달려 한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그동안 한인사회와 한인타운이 정치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왔기 때문에 시정부가 한인타운을 만만하게 보고 노숙자 셸터 설치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인 김모씨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시정부가 독단적으로 부지를 선정해 발표한 것은 진짜 이해가 안 된다”며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셸터가 어딘가에는 마련돼야 하지만 시정부에서 관리 하는 부지가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한인타운 중심부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인 김모씨는 “한인타운에 홈리스가 늘어난 게 이쪽으로 몰았기 때문이고, 정치력 부재의 한인들은 별 관심이 없으니 한인타운에 설립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인 단체들 대응


이처럼 한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LA 한인회는 3일 이번 조치가 주민들의 의견을 개진할 일련의 절차없이 진행된 것에 대해 가세티 LA 시장과 웨슨 시의장에게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한인 단체들과 공동 대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인회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해당지역 주민들과 비즈니스 오너들이 직접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주민공청회나 타운홀 미팅을 시장과 시의장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며 “오는 7일 한인 단체장회의를 개최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조직적으로 대처해 나감과 동시에 한인 커뮤니티의 일에 반드시 한인들의 의견 수렴의 절차를 거치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회도 3일 “한인들이 전화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에 대한 의견을 5월9일 시청에서 열리는 노숙자 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해 개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A 시장실과 시의장실은 4일 수석보좌관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입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 곳곳 확산

이와 관련 노숙자 셸터에 대한 조직적 반발로 설치 계획이 보류 또는 무산된 사례도 많아 한인들이 시위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의견을 표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A 시의회 13지구의 경우 할리웃과 바인 교차로 인근의 시정부 소유 주차장에 셸터 설치가 추진됐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보류됐으며, LA 다운타운 유니온역 인근 공영주차장도 오는 7월부터 셸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역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돼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어바인과 헌팅턴 비치, 라구나 니겔 등 3개 지역에 노숙자 임시 캠프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시위가 계속되자 이 방안을 철회한 바 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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