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견 수렴·설명회 한번 없이 느닷없이 발표, 인근 치안·위생·주차 심각한 문제 야기
▶ “타운 길거리 노숙자 집결 효과 기대” 의견도

2일 LA 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와 7가 인근의 시 소유 주차장에서 허브 웨슨 LA 시의장과 에릭 가세티 시장이 일부 한인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곳에 노숙자 임시 셸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7가-버몬트‘노숙자 셸터’반응
LA 한인타운 한복판의 버몬트와 7가 인근 시 소유 주차장 부지가 노숙자 임시 셸터 부지로 선정된데 대해 한인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만성적인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한인타운 중심의 복잡한 주거·상업지구 한복판 주차장 시설에 일방적으로 홈리스 셸터를 만들 경우 비즈니스들에 타격이 되고 치안과 위생도 악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크게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LA시가 주민과 비즈니스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숙자 셸터 부지 선정 문제를 인근 주민들 및 커뮤니티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주민·업주들 반발
LA 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 선상 윌셔와 7가 사이에 위치한 시영 주차장(682 S. Vermont Ave.) 부지에 한인타운 및 인근 지역 홈리스들을 수용할 트레일러 임시 거처와 샤워 시설 등을 포함한 노숙자 셸터를 설치하겠다는 LA시의 계획이 발표된 2일 이 지역 인근 주민들과 업주들은 이같은 계획으로 인해 범죄가 증가할 수 있고 고객 감소 등으로 인한 비즈니스 타격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며 강력 반발했다.
버몬트와 7가 코너 몰에 위치한 한 한인 식당 관계자는 “음식점은 위생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데 노숙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을 경우 그에 따른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며 “지금도 노숙자들이 가끔 들어와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거나 무작정 들어와 영업에 방해가 되고 있는데 셸터가 지어질 경우 노숙자들이 몰려 더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한인 업주는 “노숙자 셸터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오늘에서야 처음 들었는데, 주민들에게 아무런 사전 설명이나 의견 수렴도 없이 셸터를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가들이 위치한 곳 바로 옆에 셸터가 들어오는 것은 우리보고 문을 닫고 나가라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부지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은 “버몬트 메트로 역 인근에 낮부터 밤까지 많은 노숙자들을 볼 수 있어 안 그래도 불안한데 더더욱 불안하게 됐다”며 “아파트와 계약이 곧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특히 7가와 버몬트 플라자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시영 주차장을 주차공간으로 빌려서 사용해왔는데 셸터가 들어서면 그마저도 사용을 못하게 돼 손님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불만도 높았다.
자주 인근 식당을 이용한다는 한인 최모씨는 “노숙자 셸터가 바로 옆에 있으면 누가 이 곳을 이용할까 싶다”며 “청결이나 치안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왜 하필 한인타운인가
현재 LA시는 우선적으로 시 전역의 15개 시의회 지역구들에 각각 한 곳씩 노숙자 임시거처를 위한 셸터를 설치하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10지구 내에 들어설 노숙자 셸터 부지가 한인타운 한복판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시정부는 한인타운 버몬트-7가 시영 주차장 부지가 10지구 내에서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에 결정됐다는 입장이나 이 지역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시정부 상황에 정통한 한 한인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노숙자 셸터를 들일 경우 커뮤니티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해 한인타운을 점찍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보가 LA시 소유 전체 부동산 현황이 담긴 LA시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시의회 10지구 내에 위치한 시 소유 부동산은 총 43곳이며, 이중 버몬트 부지와 같이 시 교통국이 소유하고 있는 주차장도 8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버몬트 부지보다 규모가 더 큰 곳도 많았다. 이에 따라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시의 설명을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에서는 임시 셸터가 설치되면 한인타운 전역의 길거리에 분산돼 있는 노숙자들이 셸터로 모이면서 도로변이 깨끗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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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심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