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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같은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수필”

2018-05-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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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수필가협회 ‘봄 문학 세미나’ 강사 정순진 교수

▶ 언어는 자기 영혼의 표현, 한국만 바라보지 말고

“누더기 같은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수필”

오는 5일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주최 ‘봄 문학 세미나’로 만나게 될 정순진 교수.

- 문학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사람이 추구하는 형이상학적인 가치가 진·선·미인데 진리탐구는 학문의 영역에서 담당하고, 선을 추구하는 영역은 윤리, 도덕이며 미를 추구하는 영역은 예술이다. 문학은 예술에 속해 있지만 다른 예술과 달리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문학의 재료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진리 탐구도, 선 추구도 다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문학은 진리와 도덕을 아름답게 추구하는 인간 활동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강연에서 저는 글 쓰는 사람은 ‘곡비’이자 ‘관세음’이며 (진정한)‘어른’이라고 말씀 드리려 한다.

- 그 중에서도 수필은 어떤가


▲이번 수필 강연의 제목은 ‘둘이 아니다’이다. 수필과 약은 둘이 아니고, 흉터와 무늬는 둘이 아니고, 사물과 사람은 둘이 아니고, 장점과 단점은 둘이 아니며, 깨달음과 실천 또한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줄이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누더기 같은 나날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수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이 수필이기도 한다.

- 미주한인들이 창작하는 한글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영어를 쓰지만 자기 존재와 접속하고, 자기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국어를 쓸 수밖에 없어서 한국어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을 떠나 있기에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한국문학에 보편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현재 서있는 자리에서 자기 삶의 구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세계 시민으로서의 보편성을 통합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에서 소수 언어인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는 의미가 있다면

▲제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늘 “그대가 좋은 글을 쓴다면 그대가 쓴 글을 원어로 읽고 싶어서 한글을 공부하는 외국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일차적으로는 부모와 달리 영어를 모어로 하는 자녀가 대부분일 텐데 부모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를 알려줄 가장 좋은 텍스트가 글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혹은 아빠가 쓴 글을 읽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다면 좋은 일이다. 또 이차적으로 미국에서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분이 쓴 글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어서 한글을 공부하게 된다면 그 또한 가치있는 일이다.

- 가족신문을 22년 6개월 동안 지속해왔는데…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읽고 쓰게 되어 온 식구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고, 아이들 친가와 외가 식구도 글쓰기에 참여하고, 독자들이 보낸 글도 실었다. 1993년 4월5일 창간해서 2015년 9월30일에 100호를 내고 휴간 중이다.


- 가족신문 발행에 어려움과 좋은 점이 있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어느 소식은 싣고 어느 소식은 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시어머님이 함께 살고 있는데 집안의 어려운 일은 알리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또 원고를 제때 모으는 것이 어려웠다. 좋은 점은 아주 많다. 가족의 역사로 남았다든지, 일가친척, 독자들까지 포함한 확대가족과 삶의 세세한 부분을 함께 나누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덕분에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다. 많은 가정에서 시도해 보시기를 권한다.

- 미주 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리에겐 눈이 두 개 있다. 한국만 바라보지 말고, 한쪽 눈으로는 현재 발 딛고 서 있는 미국을 보며 구체성과 보편성이 융합되어 있는 글을 쓰시기를 빈다. 무엇을 위해서(유명해지기 위해서,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 등등) 글을 쓰지 말고 여러분의 영혼을 표현하는 글 자체가 목적인 그런 글을 쓰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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