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2018-04-27 (금) 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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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간 3,600 만달러에 계약했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 포스팅된 류현진을 잡기 위해 약 2,574만 달러의 거액을 베팅, 독점 협상권을 따냈고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협상기간 종료 직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협상 끝에 데드라인 마감 30초 전에 계약서에 류현진의 사인을 받았다. 류현진의 전 소속팀 한화에 지불한 포스팅 금액을 합하면 6,174 만달러에 달하는 대형계약이었다.

류현진의 다저스 커리어는 출발이 산뜻했다. 첫 스프링캠프 훈련 장거리 달리기에서 뒤에서 두 번째로 헉헉거리며 들어와 잠깐 회의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그는 곧 실력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데뷔전에서 수비와 타선 지원을 모두 받지 못해 패전(0-3)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6⅓이닝 동안 1자책점(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한 류현진은 다음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QS로 승리를 따내는 등 큰 어려움 없이 빅리그에 연착했고 5월말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자신의 첫 빅리그 완봉승(2안타 7탈삼진)까지 따내는 등 두 달 만에 6승(2패)을 올리는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6월 한 달 동안 출전한 5경기에서 총 10점만 내주는 호투를 이어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1승도 추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 14승8패, ERA 3.00의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NL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14승7패, ERA 3.38로 마친 2014 시즌도 2013년과 거의 비슷했다. 류현진은 꾸준하게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다저스 마운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고 다저스의 투자는 대성공으로 보였다.

하지만 2015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어깨에 통증을 느꼈고 순항하던 그의 커리어는 급제동이 걸렸다. 물리치료를 통해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으나 결국 5월에 마운드 대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투수의 생명인 어깨가 망가진 것이었다. 예상 재활기간은 1년이었지만 사실상 아무런 기약도 없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고통스런 재활의 터널은 정말 길었다. 2015 시즌은 물론 2016 시즌도 거의 뛸 수 없었다. 2016년 7월7일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복귀전에 나섰으나 5회를 마치지 못하고 강판된 뒤 다시 부상자 명단으로 돌아가야 했다. 과연 그가 예전만큼 뛰어난 메이저리그 투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아무도 확실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강인한 정신력과 집념으로 끝내 그 길고 긴 터널을 통과했다. 지난해 드디어 3년 만에 다시 시즌 개막을 빅리그에서 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25경기에서 126⅔이닝을 던지며 5승9패, ERA 3.77의 성적을 남겨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재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에게 진정한 재기는 2013, 2014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 자신이 가능했던 최고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 그 목표를 향해 본격적으로 전진하고 있다. 스케줄 상 불리한 5선발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시즌이지만 그는 첫 등판에서 불안했던 모습을 씻고 다음 3경기에서 19이닝 동안 삼진 25개를 잡으며 6안타로 2점만을 내주는 눈부신 투구로 3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등판이 막판에 취소되거나 등판 사이 시간이 들쭉날쭉 했던 5선발의 설움도 서서히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류현진은 현재 팀내 선발투수 중 다승(3), ERA(1.99), 피안타율(0.141)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2014년까지 다저스에서 뛰다가 트레이드로 떠나간 뒤 올해 돌아온 맷 켐프는 “이것이 바로 내가 기억하는 류현진의 모습”이라고 그의 좋은 모습을 반겼다.

올해는 류현진이 다저스와 맺은 6년 계약이 종료되는 해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그로선 새 계약을 앞두고 ‘코리안 몬스터’의 완전한 귀환을 알려야 하는데 첫 단추는 완벽하게 꿴 셈이다.

류현진은 2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5번째로 선발 등판, 4연승에 도전한다. 류현진이 4연승을 기록한 것은 2013년(5연승)과 2014년(4연승) 단 두 번 뿐이다. 완전한 귀환으로 가는데 거쳐야 할 또 하나의 관문이다.

<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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