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정상에서 석양 맞고… 달빛에 젖는 도란도란 하산길

2018-04-27 (금) 정진옥
크게 작게

▶ Josephine Peak (5558’)

정상에서 석양 맞고… 달빛에 젖는 도란도란 하산길

Josephine Peak 정상에서 보는 태평양과 카타리나섬.

정상에서 석양 맞고… 달빛에 젖는 도란도란 하산길

Josephine Peak의 최정상.


정상에서 석양 맞고… 달빛에 젖는 도란도란 하산길

Josephine Peak의 정상부.


손오공이 근두운이라고 부르는 구름덩이를 불러 타고 한바탕 하늘을 멀리 날아가서, 높다랗게 솟은 다섯 뾰쪽 봉우리에 이르러서야, 자기가 이곳에 다녀간다는 표식으로 한자락 오줌을 싸댄 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날아 왔는데, 기실은, 부처님의 손바닥 안에서 꼼지락거린 모양새였다는 서유기의 얘기가 떠오른다.

우리네 주말 등산객들이 이산 저산 나름대로 열심히 산행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이 LA의 북쪽 편에 동서로 68마일 길이에 걸쳐 큰 병풍인양 LA를 감싸고 있는 샌게브리얼 산맥의 품안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기 십상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샌게브리얼 산맥에는, 시에라클럽의 Hundred Peaks Section에 등재되어 있는 해발고도 5000’가 넘는 고봉들만도 66개가 되고 그 외에도 많은 계곡이나 산줄기들이 있어, 찾아 갈 곳들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겠다.

LA카운티나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 샌게브리얼 산맥의 산들을 찾아 갈 때에는, 주로 La Canada에서 시작되는 SR-2( Angeles Crest Highway )를 따라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상례인데, 시가지를 막 벗어나서 산악지대로 들어서자마자,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고산준령들과 마주치게 되어 감탄성이 절로 나게 된다.


특히 북쪽과 동쪽으로 거칠고 가파른 산줄기들이, 불과 몇 분 전에 지나온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도시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거대한 원시야생의 환경으로 온통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알라딘 램프의 노예가 나를 아차 하는 순간에 심산유곡의 별천지에 옮겨다 놓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별안간에 내 몸이 개미만 하게 축소되어 주위의 산들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식의 경이감을 가지게 된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뚫고 나가는 한줄기 도로를 달리며, 1956년에 전면 개통되었다는 이 SR-2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적잖은 환희심과 아울러 예전 사람들 - 주로 죄수들의 노동력으로 건설되었다고 함 - 에 대한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처음 5마일 정도를, 오른쪽 아래로 Arroyo Seco가 흐르는 계곡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길이 동쪽으로 크게 꺾이면서 산줄기에 줄곧 가려지던 왼쪽의 시야가 비로소 터지게 되고, 이때 처음으로 가까이에 발밑에서 머리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거대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골격까지 과시하고 있는 듯한 봉우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Josephine Peak이다.

Josephine이란 이 산의 이름은, 1894년에 이곳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 지역을 측량했던 USGS의 Surveyor였고, 나중에는 SR-2도로의 계획수립에도 참여한 바 있는, Joseph Barlow Lippencott가 자기의 아내에게 헌정함으로써 비롯되었다고 한다.

덩치가 큰 이 산은 Clear Creek Junction에 이를 때까지 약 4마일구간을 가는 동안 내내 길의 왼쪽 편에 보이게 되는데, 여성의 이름이어서인지, 마치 우리를 어서 오라고 반기는 따뜻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Josephine Peak을 오르는 일반적인 루트로는 SR-2 상의 Colby Canyon Trail을 이용하는 왕복 9.6마일 거리의 코스와, Clear Creek에서 Josephine Peak Road를 이용하는 왕복 8마일의 코스를 들 수 있는데, 오늘은 보다 짧은 거리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선호도가 더 높은 후자의 코스를 안내코자 하는데, 순등반고도는 1900’이고, 왕복 약 5시간이 걸리는 무난한 코스이다.

산행이 시종 널찍하게 조성된 비포장도로 ‘Josephine Peak Road’ 를 이용하게 되므로, 친구나 연인 등 두세 사람쯤은 옆으로 나란히 서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걸을 수도 있고, 특히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면, 오후에 산행을 시작하여 정상에서 석양의 비경을 실컷 즐긴 후에, 야음의 월광에 흠뻑 젖으며 하산하는 것을 계획해 볼 수 있겠는데, 이 또한 가외의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길

I-210에서 SR-2(Angeles Crest Highway) Exit으로 나와 동쪽으로 9.5마일을 가면 Clear Creek Junction이라 부르는 3거리( Mile-marker 33.8 지점)에 이른다. 직진하면 SR-2의 계속이나, 우리는 여기서 왼쪽으로 갈라져 시작되는 N-3(Angeles Forest Highway)로 회전하여 60m 쯤을 가면 오른쪽으로 비포장도로인 Josephine Peak Road 의 입구가 나온다. 이곳이 등산로이다. 오른쪽의 공터에 주차한다.

만약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60m 를 되돌아 나가서 3거리의 북쪽 코너의 널찍한 공터에 주차해도 괜찮다.

N-3 의 길 건너 서쪽 편에 있는 시설은 Clear Creek Fire Station이다. 2009년에 발생하여 160,557 Acre(약 2억평 )의 산림을 태웠던 초대형 산불 ‘Station Fire’ 는, 이 Station에서 Red Box쪽으로 불과 2마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인 Mile-marker 36 쯤의 지점에서 방화로 시작되어졌다고 하여, 명명된 이름이라고 한다.

등산코스

등산로 입구에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다. 이곳을 지나 계속 동쪽으로 0.1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저수탱크가 있고 여기서 0.3마일을 더 나아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180도 정도로 꺾어지고, 0.2마일을 더 가면 이제 왼쪽으로 180도가 꺾이어져, 결국 다시 동쪽을 향해 올라가게 된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꽃을 피우는데 그 꽃향기가 유난히 강렬해서 더욱 인상적인 식물인, Spanish Broom이 길섶에 밀생하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북동쪽 앞으로 불과 1.5마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끝이 뾰쪽하면서 높은 봉우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상부위가 딸기의 모양을 닮았다는 Strawberry Peak( 6164’ )이다.

등산시작점에서 대략 1마일이 되는 지점에서 부터는 오르는 길의 방향이 완연히 북쪽으로 굽어진다. 잠시 후에는 길게 지그재그의 모양을 그리며 오르는데 대략 일곱 차례의 굴곡을 지나고 나면 길이 다시 곧게 펴진다. 방향은 여전히 계속 북쪽을 향해 올라간다.

2.5마일쯤의 지점에 올라서면 등산로가 왼쪽으로 바짝 꺾이게 되는데, 여기서 오른쪽을 잘 살펴보면 좁다란 갈림길이 그 쪽으로도 나있는 것을 알게 된다. Strawberry Saddle Trail 이다. 만약 이 Josephine Peak 의 산행을 SR-2 의 Colby Canyon Trail 을 이용할 경우에는, 이곳에서 0.5마일쯤 동쪽으로 들어간 지점의 Josephine Saddle 에서 이 길과 만나게 되어 결국 이곳으로 올라오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동서로 뻗은 Josephine Peak의 남쪽 밑에서 시작하여 윗쪽의 능선을 향해 올라오는 양상이었다고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능선의 북쪽 면을 따라서 정상을 향해 완만하게 나아가는 형국이 된다.

3.2마일쯤의 지점에 이르면 다시 왼쪽으로 바짝 꺾이고, 3.4마일에 이르면 다시 한번 180도로 바짝 꺾이어 다시 서쪽으로 나아간다. 이윽고 3.8마일에 이르면 또 왼쪽으로 꺾어지며, Josephine Peak 의 정상부를 서에서 남으로 또 북으로 한 바퀴를 둥글게 돌아서, 드디어 최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마침내 4마일의 전 구간을 올라 온 것이다.

원래 이곳 정상에는 1937년부터 1976년까지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어 있었다는데, 이제는 그 흔적으로 보이는 주춧돌들만 남아 있을 뿐이고, 전파 송수신용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안테나 한 쌍이 외로이 서 있을 뿐이다.

나름대로 힘들여 오른 정상에서의 성취감과 함께 동서남북 사방팔방의 뛰어난 경치를 보는 감회를 기록할 수 있게 하는 Summit Register 가 비치되어 있으니,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시상 아닌 어설픈 상념이나마 다듬어 봄도 등산객이 누리는 작은 풍류가 아닐까 싶다.

동으로는 Strawberry( 6164’ ), Lawlor( 5957’), Disappointment( 5960’), Deception( 5796’), San Gabriel( 6161’), Waterman( 8038’ ), Twin Peaks(7761’) 등을, 서로는 Big Tujunga Canyon 과 그 주변의 Lukens( 5074’ ), Fox( 5033’), Condor( 5440’ ) 등을 볼 수 있으며, 남으로는,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태평양을 식별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북으로는 Gleason( 6520’ ), Granite( 6600’ ), Pacifico( 7124’) 들을 둘러싸고 있는 유명무명의 그만그만한 봉우리와 구릉지들이 벌집인양 촘촘하여, 일종의 소규모 ‘만학천봉’의 경개를 자랑한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