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쭈타누깐 자매의 할리웃 ‘해피엔딩’

2018-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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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의 거침없는 질주 바라만 보던 모리야

▶ LPGA투어 156번째 대회에서 감격의 첫 승

쭈타누깐 자매의 할리웃 ‘해피엔딩’

에리야 쭈타누깐(뒤쪽)이 156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언니 모리야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모리야 쭈타누깐(24·태국)이 ‘할리웃 해피 엔딩’의 꿈을 이뤘다.

모리야는 22일 막을 내린 LPGA투어 휴젤-JTBC LA오픈에서 LPGA투어 156개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그녀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정작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는 따로 있었다. 공동 24위로 이미 플레이를 마친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23)이었다.

에리야는 18번홀에서 모리아를 2타차로 추격하던 고진영의 버디 퍼팅이 홀을 빗나가자,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더니 모리야가 파 퍼팅에 성공하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곧바로 에리야는 그린에 올라 언니를 끌어안았고 둘은 눈물로 서로를 적셨다. 모리야는 “에리야가 나보다 더 울었다”며 “동생이 더 기뻐해 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쭈타누깐’이란 선수는 일반 팬들에겐 동생인 에리야 쭈타누깐을 의미했다. LPGA투어에서 메이저 1승을 포함, 통산 7승을 올린 에리야는 한 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톱랭커였다.

그리고 언니 모리야는 그런 동생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자신이 주인공은 되지 못했고, 동생의 우승을 함께 기뻐해야 했다. 나이는 한 살 많고 데뷔도 2013년으로 2년이 빨랐지만, 모리야는 한 수 위의 기량을 펼치는 동생의 그늘에 항상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모리야는 2013년 신인상을 수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16년까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탑10 진입도 힘겨웠다. 4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잠재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탑10을 어렵지 않게 넘나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볼빅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올랐고 1주일 뒤 샵라이트 클래식에서는 공동 7위, 다음 대회에서는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열린 월마트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위로 우승권에 근접했다. 작년 11월 블루베이 대회에서도 준우승으로 우승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잡힐 듯 잡힐 듯한 우승은 쉽지 않았다. 이번 시즌 자국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에서는 제시카 코다(미국)에 밀려 첫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10위에 그쳤고,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모리야는 포기하지 않았고, LA 오픈에서 마침내 LPGA 투어 첫 우승컵을 안았다. 무려 156개 대회 출전만이었다.


모리야는 이번 우승으로 동생과 함께 투어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사상 두 번째 자매 골퍼 우승자도 됐다.

통산 72승의 여자골프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의 동생 샬로타 소렌스탐이 2000년 3월 스탠더드 레지스터핑(이상 스웨덴)에서 우승한 이후 18년 만이다.

동생에 비해 체격이 작고 비거리에서는 밀리지만, 모리야는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차츰 톱클래스를 향해 한 발 한 발씩 내디디고 있다. 지난주까지 17위였던 세계랭킹은 11위로 올라서며 탑10 진입을 눈앞에 뒀다. 동생인 에리야는 6위로 아직 언니보다 앞서 있다.

모리야는 우승 확정 후 “지금 기분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많은 인내가 필요했고, 나는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마침내 우승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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