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증 등 전화상담 연 10만건… 언제든 도움 요청을”

2018-04-24 (화) 12:00:00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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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디디 허시 정신건강센터를 가다

▶ 자살방지센터 1958년 개설 24시간 운영, “한인 쉬쉬 문화 위험… 치료에 관심을”

“우울증 등 전화상담 연 10만건… 언제든 도움 요청을”

디디 허시 자살방지센터는 주 7일, 24시간 상담원들이 대기하며 자살방지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감추려고만 하는 문화는 오히려 더욱 고립되게 만들어 위험합니다, 한인들도 언제든지 상담요청 하세요”

지난 1942년 설립돼 LA를 포함한 11개 지역 서비스 센터 및 100여 곳의 학교를 통해 지난 75년 간 남가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비영리기관이 디디 허시 정신건강센터(이하 허시센터)다.

허시센터는 매년 10만 통의 전화 상담을 통해 주민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 1958년부터 시작된 자살방지센터는 철저한 연구와 전문 교육을 바탕으로 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주 7일 24시간 상담과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그동안 주목받아 왔다.


지난 20일 컬버시티에 위치한 허시센터 본부에서 만난 센터 대표인 키타 커리 박사는 “미 전역에서 한인 인구 비율이 0.6%가량으로 집계됐는데 미 전역 자살자 100명당 3.7명이 한인으로 나타났다”며 “이 역시 공식적으로 사인을 자살이라고 밝혔을 때의 수치로 이를 고려한다면 한인 자살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커리 박사는 “자살이나 우울증을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치부하며 정신적 이상자라는 낙인을 씌우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며 “이를 질병으로 이해하고 적극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시센터의 전문가들은 자살의 경우 절망감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살충동 순간에 전문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자살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허시센터는 지난 2004년부터 한국의 군목들을 상대로 군 내부 자살방지 상담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토마스 한 박사를 이사로 영입해 한국어로 상담을 할 수 있는 한인 상담원 교육과 한인 특성에 맞는 자살방지 및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토마스 한 이사는 “한인사회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자살 및 심리적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건을 접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며 “한인들은 정신질환을 오명으로 인식해 쉬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한인사회가 개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전 아웃리치 코디네이터는 “한인들의 자살방지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한달 평균 10통가량”이라며 “한인사회는 자살이나 우울증 등 정신문제를 치욕스러운 비밀로 간주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언제든지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볼 경우 적극 상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시센터는 위급상황을 위한 한국어 전화라인(crisis line)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위급상황 한국어 전화라인’은 1-877-7CRISIS(727-4747)으로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오전 12시30분까지 한국어를 구사하는 카운슬러가 대기하고 있다.

한편 허시센터는 한국어와 영어가 구사가능한 카운슬러를 모집하고 있으며 유급 상담사 모집에도 많은 한인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문의 (310)895-2318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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