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 통한 영주권 취득’ 집중단속

2018-04-23 (월)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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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국 갔다 추방명령 가족생이별 할판

▶ 시민단체 “합법 이민도 막나” 소송 제기

불법 이민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번에는 시민권자와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이민자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스턴에 거주하는 브라질 출신 파비아노 드 올리비에라가 겪은 억울한 사연을 조명했다. 미국인 아내, 5살 아들, 범죄 기록이 없는 점으로 영주권 급진전이 예상됐지만 이민국에서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이민국이 이들의 결혼의 진정성은 인정했지만 ICE가 만나길 원한다는 말을 전달했고 그뒤 올리비에라는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모국인 브라질로 추방 명령까지 받았다. 연방법원에 진정을 낸 뒤에야 겨우 풀려났지만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ICE에 의해 위치 추적을 당하며 영주권이 무사히 나오길 기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불법 체류자 색출의 사냥터가 이민국까지 확산된 모양새로 올리비에라와 같은 처지의 이민자들은 합법적인 신분 취득을 위해 이민국을 방문하는 모험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서류 미비인 상태로 지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러나 ICE의 이런 행태는 현행 규정을 부정하는 모순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마더 존스’(Mother Jones)는 2016년 7월 이민국이 시민권자와 결혼 후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이민자의 해외 체류 규정이 폐지됐다고 전했다.

즉, 영주권 발급의 대상인지 심사하는 동안 신청자는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하고 승인이 난 뒤 재입국하는 절차를 폐지한 것이다.

이민국은 “영주권 신청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심사 기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ICE는 이런 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민국도 한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로 “이민국을 찾았다가 체포된 이들에 대한 통계는 없다”며 “심사 중 해외 체류 조항 폐지가 최종적으로 모든 신청자에 대한 불허 명령까지 폐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즉각 나서 ‘아메리칸 시빌 리버티 유니언’(ACLU) 보스턴은 지난주 ICE의 이민국 내 체포에 제동을 거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부가 한쪽으로는 합법적인 이민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이를 시도하는 이들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며 “합법적인 이민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신청자가 안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E의 토머스 호만 국장이 이와 같은 체포를 불법 이민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 시절 ICE의 국장 대리를 역임한 존 샌드웩은 “실적을 채우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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