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OC 한인회 새로운 도약기 맞는다

2018-04-20 (금)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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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 한인회(회장 김종대)는 지난 1979년 3월 24일 이민 초창기 한인업소들이 산재해 있던 샌타애나 시에 있는 윌셔 장로교회 강당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초대 회장 박진방)를 갖고 출범했다.

그때만 해도 한인회관이 따로 없어서 한인회 관계자들은 박진방 회장이 운영하던 마켓(샌타애나 소재)에 주로 모였다. 창립 초기였기 때문에 회관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한인회는 1984년 한미 노인회(회장 김정진)와 함께 가든그로브 현 한인회관 건물을 공동 매입해 한 건물에 두 단체의 살림이 시작됐다.

한인회와 노인회가 가든그로브 시로 들어오면서 오렌지카운티 한인타운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한인회는 반쪽이기는 하지만 자체 건물을 마련 후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 단체로의 위상과 정통성을 갖추면서 도약했다.


OC 한인커뮤니티가 타운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한인회관이 너무 비좁고 불편해 새로운 회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해 김원회 회장 당시(작고, 1984-86, 1986-88)부터 기금 모금 운동이 태동해 올해 결실을 맺었다.

현 OC 한인회관에서 걸어서 10 발자국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 새 회관 건물을 매입하기까지 무려 34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17명의 한인회장들(5명 작고)과 수백 명에 달하는 한인회 임원들과 이사들이 새 회관 건립을 기원하면서 노력해온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한인회는 한인 커뮤니티의 ‘숙원 사업’이라는 일념으로 숱한 세월을 견디어 오면서 마침내 해냈다. 한인회에서 직접적으로 봉사한 한인 인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한인들도 ‘새 회관’ 마련에 뿌듯한 자부심을 갖고 자축할 만하다.

이번 한인회관 마련은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긴 세월동안 한인회관 장만을 위한 한인들의 기금모금이 계속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한인회는 ‘한인회관 건축 기금을 한인회관 매입이나 건립을 위한 용도 이외에 사용하지 못 한다’라는 규정을 제정해 놓고 피와 땀으로 모아놓은 기금을 1달러의 손실도 없이 지켜온 것도 박수 받을 만하다.

이와 아울러 새 한인회관 매입 에스크로가 진행될 당시에는 크고 작은 액수의 기부금들이 거의 매일 한인회로 쇄도했다. 에스크로가 끝난 후에도 주로 작은 액수이지만 한인들의 정성스러운 기부는 놀랄 정도이다. 현 한인회가 김종대 회장을 중심으로 이사회 저녁 식사비마저 아낄 정도로 절약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한인들의 성원 덕분에 한인회는 은행 융자를 하지 않고 건물 매입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하고 마무리 지었다. 한국 정부가 27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이와 같은 노력과 정성 덕분에 한인회관은 마련했지만 현재 빈 공간만 있는 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야 하는 중요하고 힘든 일이 남았다. 그 안에 연회실, 회의실, 문화 공간, 전시실 등 한인회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 시설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청사진을 만들고 시행할 일이 남았다.

한인회는 리모델링을 위해서 은행에 50만 달러 가량을 융자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다. 현재 한인회에 건축기금이 거의 바닥이 난 만큼 계속해서 기부를 받으면서 어떤 형태든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융자금은 하루속히 갚아야 한다.

어쩌면 한인회관 매입만큼이나 회관 리모델링을 잘하고 재정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는 일이 중요할지 모른다. 새 회관 마련은 김종대 한인회장이 마무리했다면 리모델링은 차기 회장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매입한 한인회관은 현재의 한인회관에 비해서 2배가량 크다. 그만큼 지금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한인회관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차기 한인회장은 새 한인회관의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21일은 차기 한인회장 후보 등록하는 날이다. 한인회는 이번에 새 한인회관 장만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태기 부국장·OC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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