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가 옳았다

2018-04-13 (금) 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작게 크게
단단한 껍질 속에 꼭꼭 숨어있던 북한의 김정은이 바깥 세상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고모부를 고사포로 쏘아 산산 조각내 죽이고 이복형을 독살시키며 인민의 피눈물을 짜낸 돈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몰두 했던 그가 갑자기 세상을 향해 ‘평화’를 외치고 있다. 왜 일까. 한국과 평화롭게 살기로 마음먹었나.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애타는 구애의 손길 때문일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압박 때문이다.

세계의 황제를 꿈꾸며 오만 방자하던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더 많은 시장 개방을 하겠다며 미국을 끌어안을 자세다. 불필요한 국제 분쟁을 피하려는 대국의 아량(?) 일까. 이것도 틀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에 정면충돌의 ‘폭망’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 까. 대화적 해결을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에 떠밀려 성과 없는 6자회담에 매달렸을 것이고 북한은 틈을 파고들어 완전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해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나왔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이 단단한 보호막이 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보호막을 ‘얼치기 장사꾼’으로 불리는 트럼프가 보기 좋게 깨고 있다.


힐러리 대통령이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을 무역 전쟁 카드를 꺼내들고 미국의 부흥을 외쳤을 까. 글로벌 경제라는 틀에 갇혀 침식당하는 미국 경제를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국정 연설에서 해외로 빠져 나간 일자리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므로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하는 방법만이 미국인들이 살길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배움이 깊으면 살길도 보이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누구나 대학에 진학 하지는 못한다. 그런 학생들은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나.

미국식 글로벌 경제는 중국을 공장삼아 금융 시장을 장악한 미국이 먹이 사슬의 포식자로 나서 세계 경제를 주무른다는 전제로 시작 됐다. 하지만 중국이 못살 때 이야기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중국으로 모조리 빠져나가는 동안 미국은 알맹이 없는 껍질이 돼 버렸고 요즘은 중국에 우두머리자리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중국의 국력은 아직 미국의 60%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미국은 거대 인구 중국의 횡포에 한국처럼 조공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팽배하다. 중국에 뒤통수를 맞고 쩔쩔매는 한국을 보면 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뉴욕 타임스는 미-중 무역 전쟁 분석 기사에서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카드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대미 상품 수출은 2017년 5,060억 달러였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은 1/5 수준인 1,310억 달러에 그친다. 관세로 맞설 중국의 카드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의 표밭인 팜벨트를 겨냥해 돼지고기와 콩 관세로 대응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역사상 식량과 에너지 조달에 실패한 중국 정부는 변방의 반란에 무너지곤 했다. 현재 중국의 콩 수입은 1/3을 미국에 의존한다. 거대 중국에 콩과 돼지고기를 조달해 줄만한 국가는 거의 없다.

중국이 20여년간 모아둔 미국의 국채를 한꺼번에 풀 수도 없다. 단기적으로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대출비용 상승으로 연방정부와 개인 주택 구입에 타격을 입히겠지만 중국 역시 기존 채권 포트폴리오의 가치 하락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또 달러 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무역 측면에서는 미국에 이익이다.

미국내 최대 히스패닉 갱단인 ‘MS-13’ 단원이 2만명에 달한다. 1개 사단 병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탕령을 내리자 엘살바도르 감옥에 있는 ‘두목’은 미성년자를 더 많이 밀입국시켜 무장 봉기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상태다.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을 비판의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에 오염되지 않는 예측 불허의 사업 수단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대선 공약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대접도 못받는 중산층 살리기에 솔깃한 기자가 트럼프를 찍었던 이유다. 미국이 잘나가야 이민자도 잘산다. 트럼프가 옳았다.

<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